• 입력 2002.03.12 17:04

특 별 기 고

왜 이러는가

사회가 변화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러나 요즘 세상살이 가운데 걱정스러운 것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세대간 종적관계인 長幼有序(장유유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데모를 하는 학생과 노사분규 현장에서 보는 젊은 근로자들을 탓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데모 현장에서 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주먹을 불끈 쥐고, 구호를 외치는 젊은이들의 살벌한 모습과 의정 단상에서 원로인 다선 의원과 정계의 선배들을 제쳐놓고 고래고래 큰소리로 고함을 질러대는 젊은 의원들의 말투에서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장유유서라는 미풍이 무너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것이다.

젊은 학생들과 젊은 근로자들 그리고 젊은 의원들의 논리나 주장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의 언어와 행동이 문제다.

왜 세상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우리 교육이 인성교육은 거의 외면한 채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치달아 왔기 때문이며 어른들이 젊은 세대가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어른스럽게 살지 못한데도 크나큰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가족제도가 부부중심의 핵가족화로 변화하면서 어른들의 설자리를 없어지고 권위 또한 떨어진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지난 날 대가족제도에서는 한 가정에 보통 3∼4대가 함께 어울려 살았기에 가정생활에서 '경로효친'이나 '장유유서' 등의 미덕을 알게 모르게 배워왔다.

게다가 온돌문화는 위·아래를 구별하는데 한 몫을 담당하기도 했다. 부엌에서 불을 지피면 방안은 아랫목이 따뜻했고 그 자리는 당연히 집안 어른의 차지가 됐다. 그러던 것이 보일러 시대가 오면서 방안은 위·아랫목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사람마저 위·아래가 없어진 것 아닌가?

환경이 이 같이 변화됐으니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어른에게 양보하고 존경하면서 섬기는 것을 배울 수 있겠는가?



헛 먹는 나이는 아니다

물론 권위가 반드시 다 옳은 것만은 아니고 윗 세대라고 해서 모두가 정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나이를 헛 먹는 것은 아니기에 선배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 경륜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것이 젊은 세대의 당연한 미덕인 것이다.

그래서 젊은 세대는 패기를 가지고 열광적으로 뛰면서 윗 세대의 지혜와 경륜을 많이 받아 들여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이 위·아래가 이어지고 서로 보완할 때 사회는 균형을 잡아가게 되는 것이다.

'굴레 벗은 말'은 무거운 짐을 끌고 갈 수가 없다.



독불장군은 없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새 것' '새 것'하면서 옛 것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당연히 버려야 할 것이 있지만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되는 것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젊은 세대들의 패기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웃어른들의 타이름을 귀담아 들을 때 실수는 최소화되는 것이다. 지금의 이 말은 젊은 세대들의 귀에 거슬릴 수 있지만 훗날 그대들이 선배가 되고 부모가 됐을 때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위·아래가 무너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요, 이치인 것을 젊은 세대들은 꼭 알아야 할 것이다.

김영진 : 호남매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