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25 11:31
김영미 동신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김영미 동신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지금 인구 절벽의 위기를 피해 갈 수 없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2023년 현재 전남도 인구수는 180만 명인데, 2040년에는 150만 명, 2050년에는 13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머지않아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 올 것이다. 필자는 12년째 지역 대학 관광학과 교수로 일하면서 지역이 관광으로 먹고사는 일에 고민해 왔다. 불 꺼진 지방에 돈과 사람이 몰리는 관광이야말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생시키는 유력한 대안이다.

 

함평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국민과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초점을 맞춰 필수 인프라와 서비스, 콘텐츠를 착실히 준비해야겠다. 관광객을 위한 교통, 숙박, 서비스, 관광명소, 체험, 쇼핑 등을 말한다. 함평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비롯한 자연 생태학습장 등 기후 위기 시대 교육관광에 적합한 최적의 장소이다. 일강 김철 선생기념관을 비롯한 유수의 역사 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도 먹거리와 전통시장이 특화된 곳이기도 하다.

 

관건은 관광객 유치이다. 최근 전라남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의 약 1%에 불과하다. 이렇듯 전남을 찾는 외래 관광객 수가 현저히 적은 근본적인 이유는 접근성에 있다.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에서 관광을 오는데 대부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서 입국하고 있다. 우리 전남은 무안국제공항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기 노선인 전세기가 간헐적으로 운행되고 있을 뿐 정기노선은 인천이나 김포, 김해를 이용한다.

 

무안국제공항은 현재 전국에서 가동률이 가장 낮은 무늬만 국제공항이다. 활주로 이용률은 2022년 기준 0.1%로 전체 지방국제공항 중 가장 낮은 수치이다. 공항 내 음식점과 커피숍은 턱없이 부족하고,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면서 공항 내 커피 한 잔 마시기가 어려운 독특한 국제공항이다. 환전소는 없고 ATM 기계만이 존재한다. 면세점 쇼핑도 담배와 술 정도로 한정적이어서 맘먹고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광주나 전남 곳곳에서 대중교통으로 공항을 찾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게 아니라 간헐적으로 공항 셔틀버스가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선 비행시간에 맞춰 비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의 송정역과 유스퀘어 버스터미널, 김대중컨벤션센터를 비롯해, 남악 신도시, 무안 터미널(낙지 거리), 목포 터미널 정도이다. 이렇게 운영해서는 광주·전남·북 시도민의 국제공항 수요를 절대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공항 이용객 수가 너무 적어 시설과 인프라 투자가 저조하고 항공사 역시 무안 공항으로 국제선을 운항하지 않아 이용객 수는 갈수록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광주에 위치한 민간 공항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항공 이용객 수요가 넘쳐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기도 힘들 정도였다. 노후화된 공항 시설을 이용하는 광주·전남 시도민의 불편이 야기되었다. 무안국제공항 조성 당시, 광주 민간 공항 통합을 전제로 했는데,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무안국제공항은 인프라와 서비스가 열악하고 광주공항은 노후화로 안전과 불편을 초래한 것이다. 하루빨리 광주 민간 공항이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한편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의 통합·이전을 광주 군 공항 이전과 연계해 추진한다는 내용을 확정·고시한 바 있다. 민간 공항이 이전하면 군 공항도 무안국제공항이 있는 장소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최근까지 이어져 온 함평 군 공항 이전에 관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무안국제공항도 광주 민간 공항 통합으로 인해 대한민국 서남권의 국제공항다운 공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번 달 중국 정부에서 중국인의 한국 관광을 위한 단체 관광비자를 허용했다. 이제 얼마 안 가서 코로나 이전의 중국 관광객 방문율을 회복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안국제공항도 이용객 유치에 적극적일 것이다. 따라서 함평은 이때를 대비해 무안국제공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용 태세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전남 도내 외국인 관광객 방문 장소는 목포, 보성, 담양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함평은 무안국제공항에서 이동 거리가 30분 이내로 매우 짧다. 웰니스 관광수요가 급증하는 이때, 주포에 위치한 한국식 해수 찜과 한우와 수산물로 장만한 건강하고 맛있는 한식은 외국인 관광객을 감동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군 공항 이전 논란 대신, 어떻게 하면 관광 인프라와 서비스를 확충할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함평 나비대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마케팅을 지금부터 수립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들이 체류할 수 있도록 숙박시설 확충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내로라하는 브랜드의 호텔과 리조트 유치가 시급하다. 일례로 인구수가 3만 명이 안 되는 진도의 대표 명물인 쏠비치 리조트에는 사시사철 관광객이 방문한다. 진도군 관계 공무원들이 쏠비치 모회사 근처에 몇 날 며칠을 합숙하면서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일화는 꽤 유명하다. 함평도 채비해야 한다.

 

실현 불가능한 기관이나 시설 유치에 행정력을 낭비하기보다는 다가오는 전남 국제관광 시대를 위해 더 많은 관광객이 함평을 찾을 수 있도록 수용 태세를 갖추는 데 중지를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