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3.16 10:17
원불교 함평교당 고세천 교무

 

일전에 일이 있어 남원시를 방문했다. 그 옛날 남원의 명동이라 불리던 제일은행 사거리새마을금고 사거리로 바뀌어 있었다. 제일은행은 IMF 외환위기 때 외국계 은행에 매각되어 더 이상 존재감이 사라졌다.

 

호랑이가 사라지면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새 우리 곁엔 농협을 선두로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이 제일 가까운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우체국이 가장 먼저 서민금고 역활을 하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계로 논외 하고서 말이다.

 

1980년대 이전 우리들 부모님 세대에서는 정미소가 은행 역할을 하였다. 가을에 추수하여 인근 방앗간에 나락을 맡겨놓고 전표(錢票)를 발급받아 돈을 융통했다. 당연히 자산을 불리는 데는 쌀계()가 한 몫을 했다. 그만큼 농촌에서는 쌀이 경제의 중심축이었다.

 

1990년에 들어 1인당 GDP 1만불을 상회하고 아시아에서 2번째로 OECD 회원국이 되었지만 농산물 수입개방 정책 일명 우루과이라운드에 의해 농촌의 인구가 무너지고 도시로 빠져나가 지금의 지방소멸 단초가 되었다. 그 힘든 시절 농민들이 조합원이 되어 출자금을 모아 만든게 농업협동조합이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자본금이 모이고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전국의 단위협동조합은 온라인으로 소통되어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해졌고 조합장 직선제가 실시되어 조합원이 주인이라는 자긍심도 강화돼 농촌 경제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됐다. 농협의 이런 강점은 지역단위농협들이 출자금을 모아 농협중앙회를 제1금융권으로 진입시키고 농협중앙회는 조합원들의 편익을 위해 전문금융업무 및 농기계, 비료 등을 대량구입해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2천년도를 넘어서면서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 약진은 눈부시다. IMF 구제금융의 여파는 새마을금고와 신협을 새롭게 혁신시켰다. 대마(大馬)가 무너지는데 소마(小馬)인들 편했을까? 부실한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구조조정과 퇴출을 거듭했다.

 

어느덧 우리 곁엔 농협과 새마을금고, 신협이 한집 건너 가까이 있다. 특히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앱 거래에 있어서 서민은행이라 일컬어지는 농협과 새마을금고, 신협은 그 편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서도 입출금 뿐만 아니라 예적금 거래에 불편함이 없다.

 

20232월 현재 한국의 은행 브랜드 순위는 신한, 우리, 하나, 국민, 기업은행 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제1금융권 은행으로서 수도권과 대기업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비수도권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브랜드 순위는 누가 뭐래도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은행이다.

 

지역에서 중고등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서 새내기 첫급여를 수령하여 적금을 예금으로 재예치하고 목돈을 만들던 주거래 은행은 위에 열거한 서민금고들이다.

 

금융지주회사’, ‘자산200조원달성’, ‘21년연속흑자를 그들만의 노하우로 우리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서민 은행의 약진을 지켜보면서 음지가 양지되고 쥐구멍에도 해뜰날이 있다는 속담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