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2.13 11:40
  • 수정 2023.03.06 11:35

 

설날이 끝날 즈음해서 서해안 지역에 폭설이 내렸다. 함평도 예외가 아니어서 세상이 눈에 파묻힐 정도로 많은 눈이 왔다. 1월 중순 원불교 함평교당에 부임하여 이사짐도 풀기전에 혹독한 신고식은 쌓인 눈을 치우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다행히 비탈진 언덕길의 눈은 염화칼슘을 뿌린 덕분에 얼지 않고 녹아내려 법회에 참석하는 할머니 교도님들의 수고로움을 덜어 주었다.

 

4일은 봄 소식을 알리는 입춘이었고 5일은 정월 대보름이었다. 정월 대보름에는 부스럼(종기)이 생기지 않도록 부럼을 먹는 풍속이 있다. 실제로 호두, , 땅콩 등에는 피부를 건강하게 해주고 불포화 지방산을 억제하는 영양분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처럼 의약이 발전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겨울철 날씨가 건조함에 따라 발생하는 피부병을 예방하는 음식요법이 오곡밥과 부럼 풍속이다.

 

이렇게 60년 전까지 전통적인 농경시대에는 음력 설과 정월대보름, 입춘이 지나면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농사를 준비하는 본격적인 한해가 시작되었다.

 

1930년생 아버지 세대의 희생과 헌신으로 오늘날 우리는 무역규모 10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고 1960년생 우리 세대의 민주화 운동 덕분에 독재와 폭력에서 언론, 표현의 자유를 가져왔다. 이른바 경제발전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나라는 아시아에서 한국밖에 없다. 일본, 싱가포르, 대만은 민주화 부분에서 우리보다 뒤처지는 부분이 많다.

 

배고픔에서 벗어나 한류(韓流)가 세계로 도약한게 불과 60년이다. 하얀 쌀밥에 쇠고기국을 지난 세월속에서는 설 추석 명절에만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북한에서는 지금도 유효한 소원이지만 지금 우리는 마음만 먹는다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

 

조선은 개명(開明)이 되면서부터 생활 제도가 많이 개량되었고, 완고하던 지견도 많이 열리었으나, 아직도 미비한 점은 앞으로 더욱 발전을 보게 되려니와, 정신적 방면으로는 장차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제일 가는 지도국이 될 것이니, 지금 이 나라는 점진적으로 어변성룡(魚變成龍)이 되어가고 있나니라.”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의 언행록인 원불교 대종경 전망품 23장 법문이다.

 

1940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국속에서 소태산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도덕의 부모국, 정신의 지도국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하며 몇몇 어려운 때만 잘 넘기면 국운이 상승할 것이라는 희망을 넣어주었다. 그의 예언대로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이 되었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자 물가상승 여파로 세계경제가 힘들다고 한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육이오전쟁도 겪었고 보리고개도 넘어왔으며 IMF 국가부도 때에도 금모으기를 통해 이겨냈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저력과 근성이 있는 민족이다.

 

우리 자녀인 1990년생들이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30대 기성세대에 접어들었다. 김구 선생님이 그의 책 백범일지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었던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명시했듯이 자녀 세대에서는 경제와 민주화를 넘어서 종교와 도덕, 정신이 살아있는 문화강국으로 질적 도약을 이루었으면 한다. 우리는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