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2.13 11:37

살짝만 밀어준다면......

어느 날 부처가 길가에 서 있다가, 한 남자가 짐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큰 비가 내린 다음날이어서 길은 대단히 질퍽거렸고, 군데군데 깊이 파인 웅덩이들 뿐이었다.

짐꾼은 수레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수레를 끌었지만, 한 쪽 바퀴가 그만 웅덩이에 빠져 버렸다. 짐꾼은 끙끙거리며 온힘을 다해 수레를 끌어올렸지만 한 번 빠진 바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부처는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다시 수레를 끌어 올리려 노력하는 짐꾼의 뒤에서 부처의 손가락 하나를 대고 살짝 밀어 주었다. 부처는 수레가 아주 조금의 힘이 부족하여 올라오지 못함을 알기 때문이었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짐꾼을 도와준 것은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과 해결 능력 등을 키워주기 위함이었다.

교육의 역할도 이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만일 짐꾼이 부처의 도움에 의해 자신이 수레를 끌어올렸음을 알았다면 그는 평생 남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처가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서 스스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다.

교사도 마찬가지고 부모도 마찬가지다. 바로 손가락 같은 존재여야 할 것이다. 살짝 밀어주는 힘으로써 그 손가락의 도움을 감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힘으로 갈고 닦아 쌓아올린 실력이라고 믿게 함으로써 유능함을 길러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바는 우리 청소년들을 어머니와 교사의 과잉보호 아래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약하게 만들고 있진 않은가 하는 점이다. 청소년이 부딪치는 모든 문제를 가정에서는 부모의 힘으로, 돈의 힘으로 해결해 주고 학교에서는 교사가 결과로서의 지식을 자상스럽게 가르쳐 줌으로써 스스로 판단할 기회도 장도 열어주지 못하고 있진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최소한의 도움을 주고 청소년 스스로 암중모색하고 악전고투하는 체험과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 속에서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인 사고력, 판단력, 논리적 표현력 곧 문제 해결력이 길러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