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1.12 10:31
                            정영오/ 함평천지포럼 대표
정영오/ 함평천지포럼 대표

프랑스어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는 뜻이죠. 보통 부와 권력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수반한다는 의미로 쓰입니 오는 202311일부터 고향사랑 기부제도가 시행됩니다.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고향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시행하는 제도로 지난 20211019고향 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그에 따른 시행령도 2022913일 마련되어 시행 준비를 마치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유치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내고향 함평을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향우님들의 동참을 기대합니다.

.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깔레라는 작은 항구도시가 나옵니다. 이 도시는 세계에 자랑하는 미술품 한 점을 갖고 있지요. 시청에 전시되어있는 로댕이 제작한 깔레의 시민이라는 조각상입니다. 여섯 명의 사람이 목에 밧줄을 감고 고통에 쌓여 걸어가는 작품인데 그저 단순한 조각 작품이 아니라 깔레 시민들의 명예이며 프랑스의 긍지로 대변되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14세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무려 116년 동안 벌어진 백년전쟁 때의 이야기입니다. 1347년 프랑스의 작은 도시 깔레는 영국군에 의하여 포위당합니다. 깔레는 영국의 거센 공격을 일 년에 걸쳐 막아내지만 더 이상 원병을 기대할 수 없어 결국 항복하기에 이릅니다. 프랑스에서는 당시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항복과 자비를 구하는 사절단을 보내 보지만 점령자들은 시민들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패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 조건은 깔레 시민의 대표 여섯 명의 목을 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깔레 시민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었고 누가 대표로 나가겠는가에 대하여 논의하게 됩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깔레시에서 성공한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t Pierre)’가 가장 먼저 처형되기를 자처하였고 이어서 시장, 법률가, 귀족, 거상 등 깔레시에서 성공하였다는 평을 얻었던 여섯 명이 처형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들은 다음날 처형을 받기 위해 교수대 모였습니다. 당시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의 왕비는 임신 중이었습니다. 이들을 살려줄 것을 간청한 왕비의 뜻을 받아들여 죽음을 자청했던 깔레 시민 대표 여섯 명의 희생정신에 감복하여 왕은 관용을 베풀어 살려주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역사가에 의해 기록되어 부와 권력에 따른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550여 년이 지난 1895년 프랑스 조각가 로댕이 이를 소재로 깔레의 시민(Les bourgeois de Calais)’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전시한 이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지요. 이 작품이 의미하는 바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위하여 기꺼이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하려는 고귀한 정신의 원형을 받들기 위함일 것입니다.

 

정의론(A Theory of Justice, 1971)’을 저술한 존. 롤스(John Rawls, 미국, 철학자, 하버드대 교수, 1921~2002)공정한 배분으로의 정의를 말함에 있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최대만족의 원리에 따라 대다수의 행복을 최대화하는 사회도 중요하지만, 최소고통의 원리에 따라 행운이 미치지 못하여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라고 강조합니다. 마이클 샌덜(Michael J. Sandel, 미국, 정치철학자, 공동체주의자, 하버드대 교수, 1953~)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정의로운 사회에는 강한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므로 시민들이 전체를 걱정하고 공동선에 헌신하는 태도를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하면서 공동선(common good)은 모든 공동체 구성원을 위하여 분배되고 이익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고향에 대한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일 것입니다. 수구지정(首丘之情)의 마음으로 함평군에 기부하게 되면 빈약한 지방재정을 보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함평군에서는 이를 활용하여 군민을 위한 복리 증진사업에 사용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입니다. 기부하시는 분은 고향 사랑의 자부심을 얻을 수 있고 사업하시는 분은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부의 한도액은 연간 500만 원이며, 10만 원 이하는 100%, 1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집니다. 또한 기부 촉진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기부하신 분께는 함평에서 생산된 특산물이나 함평사랑상품권이 답례품으로 제공됩니다.

 

고향 사랑 기부제도는 자신이 누렸던 행운을 사회에 반환하고자 했던 깔레의 시민들’, 나의 성공은 나의 능력만이 아니라 자연적 행운과 사회적 행운이 따랐기에 가능한 것으로 행운의 나눔을 통해 최소 수혜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동선을 키워야 한다는 정의론자들의 주장과 맥이 통하는 제도입니다. 평소 함평을 사랑하시는 향우님들을 비롯한 경향 각지의 출향인들께서 구성원 모두가 화평한함평(咸平) 다운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