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2.03.10 17:04
5일장이 들어서는 날이면 한산하던 관내 상가가 각지에서 모여든 상인들과 손님들로 활기를 찾는다. 갈수록 움츠러 드는 지역상권이 5일장 때문에 유지되고 있고 또한 대부분의 상가도 5일장날을 기다리는데 한켠에서는 한숨과 걱정으로 장날을 맞이하는 상인들이 있다. 다름아닌 공용터미널 부근부터 우체국에 이르는 도로에 상점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모처럼 상권이 형성되는 장날에도 기쁜 표정은 커녕 짜증을 내는 이유는 상가앞 인도를 점유하고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 때문이다. 5일장이 들어서면 노점상들이 상가앞 인도를 점유해버려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상가를 찾은 대부분 손님들이 상가로 들어오기가 불편해 발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또한 장이 마감된 오후에는 상가 주위가 온통 쓰레기로 뒤덮인다고 한다. 그리고 노점상에 밀려 사람들이 도로로 걸어 다니기 때문에 자동차가 도로에 있는 사람들을 피해갈 지경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노점상들에게 상가앞 인도를 빼앗긴 지역의 상인들은 교통불편과 혼잡은 물론 상권을 노점상에게 빼앗기는 이중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상인들이 노점상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단속권이 없고 노점상들이 요구(자리이전)를 일방적으로 묵살하기 때문이란다. 또한 관련 관청에 단속을 요구해도 공무원들의 단속이 형식에 그치고 있어 노점상들이 버젓이 장사를 계속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가를 얻어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상인들은 노점상들과 공무원들의 형식적 단속에 밀려 경제적·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단속경찰도 인도와 도로를 불법점유한 노점상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물건 구입을 위해 잠시 자동차를 세운 운전자를 단속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교통혼잡의 원인이 인도와 도로를 점유하고 있는 노점상들인지 아니면 이들을 피해 한켠에 잠시 정차한 운전자인지 단속대상을 정확히 구분할 줄도 모르는 행동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상인들이 낸 세금으로 군에서 도로나 인도를 정비하고 관리하는 이유는 노점상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상인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교통불편이나 상권의 잠식 도시환경의 훼손 등 보다 노점상 대부분이 외지사람이라는 것이다. 런던패션을 운영하고 있는 서삼열씨(38세)는 '노점상 모두가 외지 사람이다. 지역 돈이 전부 외지로 새고 있다. 지역경제가 흔들리는데는 이유가 있다.' '군에 세금을 내는 우리들이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도 무시하고 노점상의 편리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공무원들은 노점상들을 단속할 근거가 없어 단속을 하지 않는지, 단속을 해야함에도 이를 어기고 태만 근무를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만약 단속을 한다면 강력히 지속적으로 실시해 주고 형식적인 단속이나 노점상들에게 끌려 다니는 단속은 할 필요도 없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관련부서에 항의하기도 했다. 또한 서씨는 일부 주민이 경제적인 이유로 노점상들을 걱정하자 '대부분 노점상들은 외지에 상점을 소유하고 있으며 가게정리 물건을 처리하기 위해 노점을 벌인다.'고 했다.

한편 택시 운전사 김성열(32세)씨는 '장날이면 터미널앞이 아수라장이다. 자동차들이 곡예운전을 하고 있다. 노점상들이 인도를 전부 차지해 사람이 도로로 다니니 차가 사람을 피해 다니는 형편이다.' '그리고 일전에 공무원들이 단속을 실시했는데 노점상에게 꼼짝 못하는 것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군은 노점상들을 일방적으로 단속할 것이 아니라 넓은 장소(천변 주차장이나 하천복개 등)를 제공해 일정한 사용료를 받고 정해진 지역내에서 장사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점상이 법에 위배된다면 관련 관공서는 즉시 단속하는 것이 지역주민을 위하는 것이며 근무태만의 오해에서도 벗어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