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5.16 10:07
조성철 민주당 전남도당 정책실장남도지역혁신정책기획단장
조성철 민주당 전남도당 정책실장남도지역혁신정책기획단장

최근 식민사관이 기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간 전 검증과 수정 요구를 강하게 받고 있는 전라도 천년사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전라도 천년사편찬위원들이 출간을 먼저하고 출간 후에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며 행정기관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

전라도 천년사편찬사업은 고려 현종 9(1018) 전주 중심의 강남도와 나주 중심의 해양도를 합쳐 전라도로 명명한 지 천년을 맞아 전북도 주도로 전남, 광주가 공동 추진한 초대형 기념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4억원으로, 전체 34(통사 29, 자료집 4, 총서 1)으로 구성됐다.

2만쪽에 달하는 전라도 천년사가 탄생하긴 했으나, 2022년 말 봉정식을 앞두고 일부 정보 공개를 통해 임나(任那)일본부설에 근거한 기술들이 나오면서 시민사회의 강력한 항의와 규탄을 받았다.

일본서기 속 지명을 한반도에 차용해 전북 남원과 임실을 기문국(己汶國)으로, 장수를 반파국(伴跛國) 등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기문국(己汶國), 반파국(伴跛國), 침미다례(沈彌多禮) 등은 고대 일본의 야마토 왜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任那)일본부설에 등장하는 나라들이다.

임나일본부설은 야마토 왜4세기 중엽에 가야지역을 군사적으로 정벌해 임나일본부라는 통치기관을 설치하고 6세기 중엽까지 한반도 남부를 경영했다는 대표적인 식민사관이다.

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야마토 왜는 임나의 지배범위를 계속 확대하여 북서쪽은 금강 유역, 북동쪽은 낙동강 상류유역까지 이르렀다. 임나는 400년 무렵에 광개토왕이 파견한 고구려군 5만 명의 침입을 받은 이래 쇠퇴를 거듭하다가 562년 신라의 대가야 정벌 때에 임나관가(任那官家)가 토멸됨으로써 멸망했다. 그 뒤에도 왜는 임나 고지(故地)에 대한 연고권을 가져서 646년까지 임나에게 공납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임나일본부설의 5세기 이전의 기록들은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설화적인 서술들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야마토 왜가 임나지역을 200년 동안이나 군사지배했다면, 그 지역에서 그들의 문화요소가 강하게 나타나야 하는데, 가야지역에 대한 고고학 발굴자료는 4세기 이전의 이 지역 문화요소가 연속적으로 계승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 일본에 의해 지배당했다는 증거가 문화유물에 반영된 바 없으므로, 임나일본부설에서의 문헌사료 해석이 크게 잘못되었음이 입증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북, 전남, 광주 등 지자체는 전라도 천년사봉정식을 무기한 연기하고, 출판 전에 e북을 통해 전체 내용을 20231월 중으로 공개하여 검증과 수정 과정을 거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e북 공개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전라도 천년사편찬위원들이 출간 후 수정을 이야기 하면서 다시 공분을 사고 있다.

전라도 천년사가 정도 천년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면,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시키려는 식민사관을 내쫓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자체가 공동으로 발간한 전라도 천년사에 식민사관이 실리는 순간 그 내용은 사실이 되고, 일본에 의해 계속 악용당할 수밖에 없다. 식민사관을 내쫓지 않는 한 우리 역사가 바로 설 수 없고, 우리의 미래도 지켜낼 수 없다.

따라서 전북, 전남, 광주 등 지자체는 약속대로 전라도 천년사전체 내용을 e북에 당장 공개해야 한다. 출간보다 공개와 검증이 먼저다. 철저한 검증과 수정 후에 제대로 된 전라도 천년사를 출간해 떳떳하게 후손에게 물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