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0.07.26 14:54

김덕만/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정치학 박사)

시나리오1.

휴가철을 앞두고 한 군청의 건축 담당 공무원은 건축허가를 신청한 민원인으로부터 50만원어치의 휴양지 콘도이용권을 받았다.

시나리오2.

한 국공립 초등학교 교장은 관내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로부터 제주도 왕복항공권을 받았다.

시나리오3.

한 경찰관은 관내 요식업소로부터 백화점 상품권 10만원 상당을 수수했다.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면 받은 상품권들이 선물일까 뇌물일까?

결론적으로 모두 ‘공무원행동강령’ 위반이다. 공무원의 윤리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행동강령에 따르면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선물 및 향응 수수’가 금지돼 있다.

 직무 관련자란 공직자 개인의 소관업무와 관련해 직접 이익 또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인허가 업무, 공공기관과의 계약업무, 단속 수사업무, 징집업무 당사자들이다. 위에 열거한 세가지 시나리오는 각각 건축인허가업무, 식자재납품계약, 단속 및 수사업무 담당 공무원으로서 해당 직무와 관련이 있다. 행동강령은 ‘선물과 향응의 범위’도 정해 놓고 있다. 선물은 대가없이 제공되는 물품 또는 유가증권,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등이다. 유가증권은 어음, 수표, 주식, 채권, 승차권, 상품권, 공중전화카드, 스키장 리프트 상품권이 포함된다. 영업권, 아파트 분양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도 해당된다. 향응의 범주로는 룸살롱,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접대골프, 접대스키, 카지노, 경마장, 증기탕, 안마, 고급이발소 등을 예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선물을 다 받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통상적인 관례 범위 안에서 순수 선물은 허용하고 있다. 행동강령에서는 순수 선물의 범위를 3만원 이하로 예시하고 있다. 미국 20달러 수준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편이다. 상급자가 부하 직원들에 대한 격려나 위로 차원에서 공금(업무추진비)이 아닌 사비(私費)로 주는 선물은 금액 제한없이 허용된다.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기 위한 홍보용품과 기념품, 그리고 공식행사에서 주최자가 참가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은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관내 기업체가 창립50주면 기념행사에서 뷔페식사와 회사이름이 찍힌 우산 머그컵 등 간소한 선물세트를 방문객들에게 똑같이 주는 것은 받아도 된다. 또 업체방문 시에 직무 수행상 부득이한 경우 음료·통신·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구내외 식당에서 간소한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은 허용된다.

 과중한 금품 등을 받았을 때에는 어떻게 하면 될까? 제공자에게 즉시 되돌려 주어야 한다. 받은 금품이 과일·식품처럼 부패우려가 있거나 제공출처를 몰라 반환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여 처리절차를 밟아야 한다. 금품 반환신고를 받은 기관장은 시간이 지나 변질 우려가 있는 금품을 사회복지시설 또는 공익단체 등에 기증할 수 있다. 그 외 금전은 제공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제공자를 모르는 경우에는 홈페이지나 게시판에 일정공고 기간을 거쳐 사회복지시설 또는 공익단체 등에 기증해도 되고 국고에 귀속시킬 수 있다.

 행동강령을 위반한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누구든지 해당 공무원의 소속기관 감사부서나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신고센터(전화 1398)에 신고할 수 있다.

공직사회가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고 온정연고주의 관행적 선물문화 폐해가 사라지려면 아직 멀었다. 언론보도를 보면 아직 은밀화 지능화된 공직비위 사례들이 적잖이 나타나고 있다. 혹시라도 이번 휴가철에 공무원행동강령을 잘 모르고 관행적으로 규정에 넘는 선물이나 향응 수수로 인해 불미스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