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0.05.18 11:28

9살 때 아버지와 이별···이복형제 찾고 싶어

<한통의 편지>

친애하는 “러브인아시아” 관계자분께,

저는 “러브 인 아시아” 열렬한 시청자입니다. 오래 전부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그리고 어디로 편지를 보내야 하는지 몰랐었습니다.

저는 한국인과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인 39살 필리핀 사람 Rodelyn Bacorro(엘렌)입니다. 저는 네 차례의 임신을 했었으나 불행하게도 두 번째 아이는 분만도중 사망했으며 또 다른 한 아이는 2개월 만에 유산했습니다. 저는 10개월 전에 심장수술을 받았고 5월에 다시 검진을 받을 예정입니다. 수술 후 병원에 누워있을 때 모든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생각과 온갖 감정을 쏟아내는 내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겨우 9살일 때 부모님께서는 헤어지셨습니다. 저는 6남매 중 첫째였고, 바로 밑 동생들은 쌍둥이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우리 6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모든 희생을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전에 공무원이셨고 부수입을 위해 판매원도 하셨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모두는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죠.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수업료 면제를 위해 학생 조교로 일을 했었습니다. 또한 제가 살던 도시의 곳곳에서 열렸던 노래자랑 시합에 자주 나갔습니다. 운 좋게도 늘 결과는 좋았고 상금이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식이 있기 전 어느 날, 아버지 쪽 친척으로부터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는 혼란에 빠졌고, 아버지께서 어디서 어떻게 사는 지 전혀 모른 채 많은 세월을 보낸 뒤에 처음 접한 아버지 소식이었기에 많은 감정들이 복받쳤습니다.

더구나 아버지께서 다른 여자와 살면서 3명의 자식을 두고 있었음을 알고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흔들림이 없었고 우리 가족 모두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아버지의 또 다른 가족과 싸워서는 안 되고 그래야만 아버지께서 편히 잠들 수 있을 거라 하셨습니다.

큰 혼란 후 우리 가족은 집으로 돌아왔고 저는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오로지 주님께 의탁하는 것이 저의 고통을 치유해주리라 생각하고 수녀원에 입회했습니다.

몇 개월 후, Regency단계일 때 건강상의 문제로 수녀원장님께서 휴가를 주셨고 Lay 시기일 때는 바깥 세상에서 저의 사역을 계속했습니다. 그 때 많은 다른 종파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현재의 남편을 만난 Antipolo에서 통일교를 접하게 됐습니다. 친구는 결혼을 하더래도 얼마든지 신을 섬길 수 있으리라고 저를 설득했습니다.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기 전, 처음에는 그를 돌려보냈습니다. 몇 개월 후, 남편은 한국에 들어올 수 있게 초청장을 보냈고 저는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살게 됐습니다. 저는 많은 어려움과 대면했습니다.

문화적 차이는 많이 극복했지만, 언어 장벽만큼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향수병을 지우기 위해 저는 바쁘게 생활했지만, 저의 내면 깊은 곳에는 늘 필리핀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외로움은 커져만 갔고 특히 아버지 없이 성장했던 때를 생각하면 그 외로움은 더욱 컸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묻혀 계신 Misamis Oriental 섬 바로 옆에 있는 Camiguin 섬을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 꿈을 위해, 돈을 모을 수단으로 한국에서도 종종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곤 합니다. 1995년 함평나비축제 때 처음으로 노래자랑에 나가게 됐고 저는 일등을 했습니다.

다음은 영광군에서 열린 대회였고...... 총 9차례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시길 바라면서 또한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그 상금을 시어머니께 드리곤 했습니다.

더구나 시어머니께서는 제가 집을 비울 때 아이들을 돌보아 주셨거든요. 상금 이외에도 세탁기, 스팀청소기, 전기 밥솥, 재봉틀 같은 것도 탔습니다. 저는 여전히 심장 수술 후 회복과정에 있고, 늘 언제나 아버지 고향에 가보고 싶다는 간절한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곳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필리핀에서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아버지께는 비록 큰 무례일지라도 저는 그의 또 다른 가족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들 또한 저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관계자 여러분과 공유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이 프로그램만이 제가 저의 가족을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특히나 저같은 외국사람에게는 정말 기다려지는 방송이고 오랫동안 시청해 오면서 이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의 편지가 채택되길 간절히 바라고 또한 “러브 인 아시아” 프로그램의 더 큰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서툰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전남 함평에서,
엘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