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6.03.06 17:05

믿음과 신뢰가 필요한 함평




 

예로부터 함평은 ‘우국충절’과 ‘문림의향’의 고장으로 널리 이름을 떨쳤던 고장이다. 또한 국난이 있을 때면 언제나 분연히 일어섰고 부패한 세력들이 폭정을 일삼을 때는 항상 다른 고장보다 먼저 깨어나 개혁을 외쳤던 곳이 함평이다.


 따라서 수많은 인물이 나타나고 명멸(明滅)해 갔던 곳이 함평이다. 우리 역사상 최대 재난인 임진왜란 때에는 함평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나 자랑스러운 10인의 의병장을 배출했었고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맹활약했던 이덕일 장군 또한 우리 고장 출신이다.


 부패한 정치세력에 대한 함평 농민들의 투쟁과 저항의식은 어떠했는가.


 1862년 현감의 가렴주구에 맞서 전라도에서 가장 먼저 함평의 농민들이 항쟁을 일으켰고 당시 정한순이라는 걸출한 농민지도자가 이름을 떨친 곳도 함평이다. 동학농민전쟁 때에는 수천 명의 농민들이 봉기해 정부의 폭정에 맞서기도 했다.


 현대사인 1976년, 농협이 저지른 사상 최대의 부정과 3년여에 걸쳐 투쟁을 벌인 함평농민들의 의지는 ‘함평 고구마 사건’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전국 농민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문학과 정치사에 길이 빛날 인물들을 배출하기도 했는데 ‘봄 비’로 유명한 서정 시인 이수복과 대한민국 최고의 한학(漢學)자로 이름을 알렸던 신호열 선생 등이 함평 인(人)이었으며, 정치인으로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김의택 선생을 비롯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국회의원들이 태어난 고장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 시대의 양심을 대표하던 곳이 함평이다. 그렇다며 현재 함평의 모습은 어떠한가. 시대적 양심은 고사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마저 땅에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집단이 추구하는 이념과 목적, 개인의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다르면 여지없이 상대방에 대한 비하와 험담을 늘어놓기 일쑤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가 차츰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면 군민 간 불신의 벽은 갈수록 높아져 믿음과 신뢰를 추구하던 함평 인의 명예에 큰 상처를 줄 것이다.


 지금 함평은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도대체 누가 정의로운 길을 걷고 있는지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 가늠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특정 집단과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서 함평군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믿음과 신뢰마저 저버리는 비도덕적인 행태를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과거를 돌아보기는커녕 상대방에 대한 음해나 비방, 흑색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우리 민족의 선조는 단군이고 국민 모두가 한 핏줄이라는 점이다. 함평군민 또한 몇 다리 건너면 사돈, 일가친척으로 모두 연결된 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형제, 일가친척에게 큰 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신하와 임금이 국사를 논의 할 때 서로의 실수만을 지적한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될 것이고 부모와 자식, 형제가 서로를 욕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 가문(家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또한 부부가 서로 상대방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면 그 가정은 과연 유지 될 수 있겠는가?


 이는 먼 안목과 깊은 식견을 지닌 함평 인이 취해야 할 행동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함평 인, 즉 우리 모두는 2006년에 모든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서로에게 창과 칼을 겨누지 말고 2010년, 2020년 등 다가 올 희망찬 미래를 생각하면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2006년을 믿음과 신뢰가 충만한, 희망찬 해로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