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5.03.18 17:05



2002년 지방자치단체선거에서 주민들의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각 지역의 책임자로 선출된 함평군 도,군 의원들 중 일부 의원들은 자신들의 명예를 걸고 약속했던 공약들을 잊어버리거나 지키지 않는 일이 속출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약속을 하면서 살아간다. 사소한 일상적인 언약에서부터 국가간의 조약에 이르기까지 약속의 종류는 다양하다.
 어린시절 친구들끼리 세끼손가락을 걸고 하는 약속, 문서를 작성해 도장날인과 서명까지 하는 계약서와 여러 사람 앞에서 약속을 지킬 것을 서약하는 혼인식 등 우리는 수많은 약속과 그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아무튼 약속은 어떤 종류의 형태이건 다 중요하고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또 약속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에게 실익을 주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주 약속을 깨뜨리는 사람은 사회활동에서 신용을 잃게 되고 정치인은 정치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 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을 때 일정한 불이익이 가해지거나 강제수단이 취해지는 것도 있고 지켜지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나 강제수단이 없는 것도 있다.
보통사람들은 후자와 같은 약속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잘 지키지도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자기 자신과의 약속, 신과의 약속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강제수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한 약속이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 지킨 유명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야기는 기원전 이탈리아 반도 내 도시국가였던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후 지중해를 장악하기 위해 카르타고라는 지금의 북아프리카 튀니스 부근에 있던 나라와 전쟁을 했는데 그 전쟁을 역사적으로 포에니전쟁이라고 말한다.
이 전쟁은 기원전 264년부터 146년까지 3차에 걸쳐 로마와 카르타고가 치열하게 싸운 전쟁이었고 로마는 이 전쟁에서 승리해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던 것이다.
이 전쟁에 참여했던 로마군인 레굴루스장군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는 평소 가기가 한 약속들을 결코 어기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레굴루스는 전쟁 중에 불행하게도 포로가 되어 카르타고로 끌려가게 되었다.
어느 날, 카르타고의 통치자가 감옥에 있던 레굴루스를 찾아와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당신은 로마로 돌아가서 카르타고와 평화협정을 주선하시오, 만약 로마사람들이 평화협정을 맺지 않더라도 이 감옥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겠소? 이 조건을 수락하면 당신을 석방해 로마로 돌려보내겠소! 했다.
이에 레굴루스는 이를 수락하고 로마로 돌아와 백발의 원로의원들에게 “저는 여러분에게 평화협정을 맺자는 카르타고 사람들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그러나 협정을 맺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저로서는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로마에 작별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저는 내일 카르타고의 감옥으로 돌아갑니다. 이것은 내가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원로의원들을 비롯하여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그를 만류했지만 레굴루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카르타고로 돌아갔고 모든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어떻게 보면 레굴루스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일지 모른다. 적국인 카르타고에서 포로로 있다가 풀려나 자기 나라인 로마로 돌아왔고 카르타고로 돌아가지 않아도 레굴루스는 잡아갈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스스로 적국인 카르타고로 다시 들어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 레굴루스처럼 약속을 생명처럼 지키는 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도시국가였던 로마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05년도부터는 레굴루스와 같은 사람은 될 수 없을지라도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풍조가 조성되길 바라면서 일부 도의원, 군 의원들이 솔선수범해 가능한 지킬 수 있는 약속만을 하고, 약속을 하면 꼭 지키는 성숙한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