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5.03.18 17:05



지역사회가 기아자동차 채용비리로 보름이 넘도록 시끌벅적 하다. 지역적으로 보면 이번 채용비리는 지난 수능 부정에 이은 악재이기에 지역이미지에 큰 데미지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우리는 비리를 캐고있는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때아닌 분노와 설움이 앞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빽(?)없고 돈없는 사람'은 채용 될래야 될 수가 없는, 그야말로 우리사회 부조리의 한 단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 맞다. '빽없고 돈없는 사람'은 또다시 되물림되는 세상, 이는 결코 우리가 지향하고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이 될 수가 없다. 빽이 없어도 공평이, 돈이 없어도 실력이 앞서는 세상은 비단 필자만의 바램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채용비리는 수 년 전부터 내려온 관행이었다. 그래서 노사가 연계된 구조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그 파문은 확산될 수 밖에 없었다.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처음에는 채용에 대한 순수한 감사의 표시로 채용후 소액이 전달됐으나 몇년 전부터는 돈을 주고 받는 시기가 채용전으로 바뀌었고 사례비도 건당 1천만원에서 최고 4천만원까지 늘어났으며 한 노조간부는 채용 청탁자들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부적격 합격자가 4백여명이란 사실외에도 사측이 신규인력 채용시 노조측에 20-30%의 인원을 할당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계약직 채용인원의 20-30%가 노조간부의 친인척이나 지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노조가 경영진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까지 개입해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되자 이 회사의 일부 차장급 이상 간부들은 노조 간부들에게 돈이나 향응을 제공하고 노조 간부가 추천권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노조와 사측주변에는 브로커까지 끼어 판을 쳤다니 보통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역경제를 선도하는 기아자동차가 잘못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기아자동차가 하루빨리 정상화가 돼야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기아차는 이지역 총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경제에 견인차역을 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사태가 커지자 얼마전 노사도 직접나서 대국민 사과발표를 하고 '노사혁신위'를 구성, 선진노사문화정립에 앞장서기로 했다니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하지만 이제 노조도 약자들의 권익을 도모하는 노동운동으로서 높은 도덕성을 갖추지 않고는 설땅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 노동계 전체가 마땅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갈수록 우리사회가 '고실업률'로 이어지면서 취업을 못해 목숨까지 끊는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보도를 종종 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지켜본 지역 청년실업자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아마도 이들은 "그동안 내내 들러리만 섰구나" 하면서 얼마나 가슴을 쳤겠는가. 이처럼 젊은 실업자들에게 2중의 고통을 안겨준 기아차의 채용비리는 분명, 우리사회에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컸음을 극명히 보여준 대사건이었다.
 물론 이사건은 우리사회 고실업의 폐단이 더 큰 문제지만 더이상 빽없고 돈없는 사람들이 되물림되는 사회, 이는 곧 우리가 꿈꿔온 세상이 절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