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2.03.14 17:04


우리 헌법 제6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전체(國民全體)에 대한 봉사자(奉仕者)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 법 제2항에서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政治的 中立性)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돼 있다.

이를 요약하면 공무원은 윗사람보다는 국민 모두를 위해 봉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당·야당을 구별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풀뿌리 민주정치의 근간(根幹)이라고 하는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 짧은 기간이지만 대부분 자치단체는 빈약한 지방재정에도 불구하고 외형적(外形的)으로는 속사정과는 다르게 비대(肥大)한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것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중 먼저 고쳐야 할 것을 지적한다면 공직자들이 '윗사람'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또 '윗사람'에게 충성심(忠誠心)을 인정받아야 승진(昇進)도, 보직(補職)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그릇된 생각이다.

출세욕 때문에 '윗사람'에 대한 과잉충성과 아부에 전념하다 보니 행정 서비스 주체인 주민을 위한 복리증진(福利增進)과 남녀노소(男女老少) 그리고 여야(與野) 등을 차별하지 않는 참된 봉사의 모습은 이미 뒷전으로 밀려나 주민의 눈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선 단체장(民選 團體長)은 "주민을 위해 공적 조직(公的 組織)이 일하도록 지원(支援)하고 감시감독(監視監督)도 하라"고 주민들이 맡겨준 자리이다. 그런데도 그 소임을 망각한 채 다음 선거만을 위해 공적조직을 사조직(私租織)처럼 생각하고 공무원들을 마치 사병(私兵)처럼 여기고 있으니 진정 누구를 위한 지방자치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정당 공천을 받고 자리에 앉아 있는 단체장은 우선 소속 정당 위원장의 눈치도 살피고 부위원장으로서의 당무(黨務)도 도와야 하는 일인 이역(一人 二役)의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민보다는 소속 정당을 우선하는 단체장, 다음 선거를 걱정하는 단체장이고 보니 예산도 선심으로 집행하고 조직도 사조직화(私租織化) 시키려고 하지 않겠는가?

또한 군정 구호(郡政 口號)는 거창하게 "군민(郡民) 하나되기 운동(運動)을 하자"고 하면서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단체장과 정당이 다른 사람, 또는 군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예 군정참여의 기회도 주지 않는가 하면 언로(言路)를 차단시키는 등 군민을 흑과 백으로 나눠 버려 패거리를 만들어 가고 있어 안타까운 것이다.

그 동안 단체장 눈치 보기에 이골이 난 일부 공무원들이 단체장의 모습을 닮아 가거나 닮은 척 하는 것은 생활인(生活人)으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싶다.

이 같은 비민주적(非民主的)이며 비능률적(非能率的)인 지방자치의 병폐 때문에 시민 단체들과 전문학자들의 "단체장의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함평군이 지난 6.4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김 모씨(함평읍 내교리)를 관제 야당인사(官制 野黨人士)로 만들어 말썽이 일어난 사건이 있었다.

총무과 행정계에 근무하는 강 모씨(남 35세)가 경찰과 민주당 연락사무소 등에 "김씨가 한나라당에 입당했다"는 거짓 동향보고를 했고 이러한 거짓 소문이 함평군에 떠돌아 다녀 당사자인 김 모씨의 명예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이다.

피해자 김씨가 항의를 하자 김 모 부군수와 나 모 총무과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다"고 해명을 하였다. 그러나 사건을 일으킨 총무과 행정계 강 모씨(35세)는 함평 출신도 아니고 함평에 근무한지 이제 겨우 1년 정도여서 피해자 김씨를 전혀 모르는 처지라고 한다.

그런데 강 모 공무원은 무엇 때문에 상사인 부군수와 총무과장도 모르게 한나라당에 가입한 적이 없는 피해자 김씨가 "한나라당에 입당했다"는 거짓 사실을 꾸며 경찰과 민주당 연락사무소에 동향보고 했을까?

그러면서 강 모 공무원은 피해자 김씨를 찾아와 "이번 사건은 군수에게 잘 보여서 한번 튀어 보려고 자신이 만든 자작극이였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으니...

왜 피해자 김씨를 관제야당(官制野黨)으로 만들었어야 했는지 그 미스터리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함평군 대다수 공무원들은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어 주민들이 마음 든든해하고 있다.

다만 주민을 위한 위민행정에 힘을 기울이기 보다 사병(私兵)처럼 군수에게 충성(忠誠)을 다해 인정받아 "한번 튀어 보려는" 어리석은 일부 비민주적(非民主的)인 사고(思考)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이 비판(批判)의 대상인 것이다.

어느 철인(哲人)은 다음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