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2.03.12 17:04

공자의 말씀 따라 이름 지어진 이인정

이인정은 현재 나산면 나산리 방하동 마을 입구 좌측에 세워져 있는 정자로 1694년 죽산 안씨들이 주축이 되어 최초 마을 뒷산 기슭에 창건했다. 그리고 정자의 이름은 공자 말씀인 "어진 마을에 사는 것이 아름답다(里仁爲美)"라는 구절을 따서 짓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정자는 건립된 지 30여년이 지난 1724년에 북암 아래로 이건 됐고 그후 36년의 세월이 흐른 뒤 1759년 또다시 중수를 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위치로 옮겨져 이건된 것은 1832년이다.

이후에도 정자는 1949년, 또 한차례의 중수를 거쳤고 1981년에는 동서향으로 위치한 건물이 마을 입구로 진입하는 차량 통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지금의 위치로 옮겨져 현재와 같은 남북방향의 건물이 됐다고 한다. 이처럼 이인정은 수 차례의 중수를 거듭해 지금에 이르렀고 그 이유는 풍수지리설에 의한 위치 변경이었다고 전해진다.

상량문에는 "첫 번째 이건 시점인 1724년은 갑진년으로 청룡을 의미할 뿐 아니라 현재의 위치로 이건한 1832년은 임진년으로 흑룡에 해당한다"고 나타나 이인정이 풍수설에 입각해 잦은 이건과 중수를 겪었음이 밝혀졌다.

이인정에서는 마을의 젊은이들과 어른들이 모여 시와 예를 강론하고 좋은 사업을 권장하며 이웃과 종족간의 화목을 다지는 등 인을 근본으로한 교육을 실천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 이 마을 주민들은 주로 뽕과 삼을 많이 재배하였던 듯 싶고 이인정의 이건 및 중수에 소요되는 비용은 메기굿(농악)을 쳐서 마련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이인정은 루대형의 건물로 비교적 보존이 잘 돼 있는 실정이고 정면 3칸, 측면 1칸 규모의 맞배 지붕이다. 건물 내부는 마루로 되어 있고 기문과 제영문 등이 많이 있다.

그리고 이인정이 위치한 마을 뒤편에는 옥녀봉이라 불리는 산이 있고 정자 옆에는 연못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연못은 옥녀봉에 살고 있던 옥녀가 자기 옷맵시를 가다듬을 때 이용한 거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연못 주위는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 있다. 이는 이인정을 건립할 당시 심었다는 나무들로 4백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갖가지 풍상을 이겨내고 있다.

이인정이 위치한 대정마을은 죽산 안씨 집성촌으로 三紅七白(삼홍칠백)이 났다는 가문으로 유명한 곳이다. 안씨 가문은 가문의 경사를 기념하기 위해 솔대대신으로 동섬을 만들어 축하해 왔다고 한다. 예전에는 7개의 동섬이 있었으나 현재는 3개가 남아 있다. 속칭 똥섬이라고도 불린다.

한편 정자 앞에는 지석묘로 보이는 장방형의 대형 바위가 있고 이 바위에 얽힌 전설도 전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