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2.03.12 17:04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랴!

함평군 일부 관변단체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 사석(私席)이나 공석(公席)을 가리지 않고 출마가 예상되는 일부 후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지역 정가에 큰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일부 단체의 장과 관계자는 공식 석상에서 자신이 직접 한 말에 대해 "기억이 없다" "한 적이 없다" 등 회피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어 관련 단체 구성원들과 주민들에게 신뢰감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일부 단체장의 말과 행동에 대해 주민들은 "일부 단체의 장이 소속 단체 이익보다 자신의 영달을 목적으로 특정 출마 예상 자에게 정치적 구애를 하는 것 같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며 감시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 달 31일 함평군민회관 소회의실에서 함평군 'ㅅ'지회(이하 'ㅅ'지회) 이사회 창립 총회가 개최됐다. 이날 총회는 박 모 지회장과 'ㅅ'지회 관계자 그리고 이사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고 주요 안건은 이사회 창립과 이사회 감사 선임이었다.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선임된 이사들은 'ㅅ'지회 정관 제22조 "이사는 총회에서 선출(選出)한다"는 규정에 의하지 않고 박 회장, 개인이 임명했다고 한다.

이번 총회에서 군수 부인 김 모씨가 이사로 선출(?)된 사실에 대해서도 'ㅅ'지회 관계자는 "군수 부인인 김 모씨는 부녀회 추천을 거쳐 이사로 선출했다"고 했다. 하지만 모(某) 부녀회원은 "군수 부인 김씨를 이사로 추천한 사람은 박 지회장이다. 부녀회는 군수 부인을 추천하지 않았고 추천에 동의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참석자는 "총회 도중 박 지회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거론하면서 특정 후보 홍보에 열을 올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박 지회장은 "내년에 민주당 공천을 못 받아도 나비축제를 성공시킨 젊고 유능한 사람을 군수로 밀어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와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우리(?)가 낙선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등 직접적이고 원색적인 말로 특정 후보를 홍보했다는 것이다.

일부 참석자와 주민들은 "박 지회장과 'ㅅ'지회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관변단체와 장으로서 책임 질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일부 사람들로 잘못으로 인해 단체나 회원 전체가 욕을 먹어서는 안 된다"며 분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총회는 처음부터 끝가지 각본에 의해 짜여진 의도적 정치행사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참석자의 주장에 대해 'ㅅ'지회 관계자는 "군수 부인인 김씨는 부녀회의 추천을 받아서 이사로 선출됐고 박 지회장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 예정인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ㅅ'지회 일부 회원들은 "박 지회장이 지회를 자기 마음대로 할 의도로 10여년 동안 이사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사회 창립 총회를 열어 군수 부인과 일부 기관장, 정치인들을 이사로 선임(?)하고 총회 도중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 예정인 특정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말과 함께 "박 지회장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이사회를 창립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ㅅ'지회 이사는 총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ㅅ'지회 정관 제21조는 "회장 부회장 이사 감사 등 임원 정수를 15인 이상 22인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박 지회장은 정관까지 무시하고 이사회를 구성한 것이다.

한편 박 지회장은 처남 조 모씨를 자신이 지회장을 맡고 있는 'ㅅ'지회 사무국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