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2.03.10 17:04
민선 2기는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맞이하고 21세기를 열어가는 첫번째 자치단체라는 의미로 볼 때 지역문화의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새 대통령 또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고 기회 있을때 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바 있어 더욱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세계화와 동시에 지방화라는 세계적 조류에 걸맞게 문화의 자치를 통한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를 육성·발전시키는 것은 어찌보면 현 상황에서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기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문화 활성화에 힘을 쏟아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함평의 문화현실은 어떠한가.

마치 문화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것 같다. 문화에 대한 행정당국의 무관심은 더욱 가관이다. 문화정책의 부재는 고사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입안할 전문직 공무원을 채용할 의지조차 없다. 더욱 심한 것은 군청내에 자리하며 문화업무를 보던 문화공보실을 없애고 문화공보실의 계는 다른 실과로 나누어 속하게 했다. 함평의 문화업무를 관장하던 곳을 실에서 계로 축소한 것이다. 다른 시·군에서처럼 문화관광과나 문화예술과로 확대개편은 못할 망정 말이다.

여기에 민선 자치단체의 한계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는 건축이나 건설사업은 수억원 수십억원을 지원하면서 문화사업에 대한 지원은 인색하다 못해 어린아이에게 사탕 주듯 조금씩 떼어준다.

가까운 예를 들어보자. 인근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완도의 장보고축제, 강진의 청자문화제, 무안의 연꽃축제 등과 같은 지역문화축제 하나 없다. 이들 지역에서는 이같은 축제를 관광이벤트화 해 수익사업으로 전환 재정수입 확대에 크게 기여했는데도 함평은 만들려는 의지나 있는지 모르겠다. 각종 문화단체들의 지원 현황은 아쉽다 못해 비참하기까지 하다. 그저 동호인들의 주머니 돈과 문화에 대한 열정만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에서 열거한 것들은 한낱 몇가지 예에 불과하다.

이같은 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은 행정당국이 '문화'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를 알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발전이 곧 문화와의 연맥관계 속에서 행해진다는 것을 정의해 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함평의 문화발전을 기대한다면 차라리 쓰레기더미에서 장미꽃을 수확하는편이 나을 것이다.

행정당국은 자신들이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없다면 제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최대한 확대해서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각이나 문화욕구를 드러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만 지역문화 더 크게는 생활문화가 꽃필 수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건수

학교면 학교리 출생

나고야대학 역사학박사

현 목포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