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7.20 11:34
  • 수정 2020.07.20 11:35

 

                           

                                        이 정 재

                                      광주교육대학교 2대총장

                                      한국대학교 총장협의회 부회장

우리 전통 교육 사상은 仁과 知를 중시하는 유교적 가치관 속에서 가족관계, 인간관계, 사제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인본위 사상이 존중되어 왔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길 때, 타인에 대한 이해와 봉사정신, 희생정신이 함양되어 사회병리의 문제를 극복 할 수 있다. 특히 우리의 전통인 선비주의 사상에서 강조해온 誠實, 信義, 公正, 調和의 敎育 理論을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인간 존중의 학교와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 다.

성실의 교육 이론은 자신에게 충실하고 남에게 정성을 다하는 정신을 말한다. 우리 겨레가 유지해온 윤리생활의 바탕은 바로 성실과 경애의 전통에 있었다. 중용에서도 “성은 사물의 처음이며, 끝이니 성이 없으면 사물이 없다(誠者之終始 不誠無物)”라고 했다. 이이는 학문의 기본 자세로서 성을 으뜸으로 여겼고, 참되고 실속 있게 힘써 실행하려는 안창호의 務實方行 사상도 성을 기본으로 한다. 교사 역시 교육의 근본은 성에서 찾아야 한다. 학생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교직 생활에 거짓이 없고 교사 윤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삼가는 신독의 자세가 바로 성실이며, 불신으로 가득 찬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지금 교직 사회에 필요한 것은 교육 가족 모두가 한 배에 타고 있다는 동료의식과 신뢰감이다. 동료의식을 바탕으로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노력할 때, 교육에 대한 신뢰감은 형성될 것이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학부모가 교사에 서로 믿음과 신뢰를 가질 때 학생들의 탈선과 비행, 그리고 공교육의 붕괴를 예방할 수 있다.

선비정신은 公正의 정신이다. 이는 바로 사회의 공정성 확립을 의미한다. 공정의 윤리는 이기심에서 나오는 과욕을 버리고 守分知足의 생활자세를 통해 확고히 정착될 수 있다. 자기 분수를 지킬 줄 알고 자기의 현재 처지에 만족하는 생활태도와 가치관이 확립될 때 그 사회와 국가는 건전하게 발전한다. 학력과 능력의 신장은 열심히 노력하고 땀흘려 얻는 營雪之功이어야지 커닝이나 부정입시를 통해 얻는 결과라면 교육이 부정의 온상이요, 사회악의 원천이 되기 쉽다,

요즘 우리는 자녀 능력과 관계없이 분수에 넘치는 해외 유학과 과외로 외화낭비와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예로부터 근검절약과 자제심을 미덕으로 삼는 선비정신을 숭상하였다. 우리의 소득이 늘어나고 황금만능주의가 우리의 정신을 좀먹게 되자 근검성은 점점 시들어지고 검소한 가정생활을 배척당하고 있다.

화합의 정신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려는 아량과 이해심이 있어야 하고, 다 같이 공존 공영하려는 분별심이 있어야 하며, 최선의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조화의 정신은 교육조직에서 업무와 구성원 계층간의 조화와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 사회 에서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 교사와 교육행정가, 학부모와 교육행정가 간에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교직 안정과 정책의 지속성이 이루어 질 수 있다.

결론으로 선비사상은 물질주의 사회 병리 현상을 극복하고 새로운 교육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모든 교육가들에게 요구된다. 지금까지 제시한 誠實, 信義, 公正, 調和의 정신을 포함 하는 인본주의 선비사상은 열악한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교육애를 불태우는 많은 교사들에게 희망의 햇불이며, 행동의 나침반이자 삶의 철학으로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