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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인 문명의 이해

김 철 수(본지 상임편집고문)

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

과거 500년 동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능력은 실로 경이적이었다. 서기 1500년대에 지구촌에 생존해있던 인구는 약 5억 명이었다. 그런데 2020년대에는 대략 77억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1500년대 인류가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총 가치는 오늘날 화폐로 환산할 경우 2,500억 달러정도 였다. 그런데 2백여 년의 세월이 지난 요즈음 인류의 연간 총 생산량은 무려 60조에 달한다. 1500년대 인류가 하루에 소비한 에너지는 약 13조 칼로리였지만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 1,500조 칼로리를 소비하고 있다. 인구증가는 14배이며 생산은 240배, 에너지소비는 115배로 늘어난 것이다. 현대의 전투함 한 대가 콜럼버스 시대로 옮겨졌다고 상상하면 이 배 한척이 니냐, 판타, 산타마리아호를 몇 초 만에 널빤지 조각으로 만들 수 있고, 당시 열강들의 모든 군함을 다 격침시키면서도 자기는 긁힌 자국 하나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또한 현대 화물선 다섯 척만 있다면 당시 전 세계의 모든 선단이 실어 나르는 모든 화물을 모두 이 다섯 척에 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의 컴퓨터 한 대면 중세의 모든 도서관에 있던 책과 두루마리 및 사본에 있는 모든 내용을 다 저장하고도 남을 것이다. 오늘날 대형 은행 한 곳에 보유한 돈이 중세의 모든 왕국이 갖고 있던 돈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다, 1500년대에는 10만 명 이상이 사는 도시가 드물었다. 건물도 대부분은 진흙과 나무, 짚으로 지었기 때문에 3층만 되어도 초고층이었고, 도로는 마차의 바퀴자국이 나는 흙길로 대부분 비포장 도로였다. 여름엔 뿌연 먼지가 나고, 겨울엔 진창이었으며 보행자와 말, 염소와 닭, 마차들이 같은 도로를 사용하며 함께 오고 갔다. 도시의 소음은 사람의 음성과 동물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망치질과 톱질소리 뿐이었다. 해가 지면 도시는 캄캄했고 사방은 조용했으며 가끔 촛불이나 횃불이 보일 뿐이었다. 16세기 이전에는 지구를 일주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때까지의 모든 상황이 1522년에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탐험가 마젤린의 배가 72,000km를 항해한 후 스페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항해는 3년이 걸렸고 탐험대의 거의 전부가 희생했다. 심지어 마젤란 본인도 1873년 쯤 영국의 모험가가 세계를 80일 만에 일주할 줄 모르겠다고 상상했다. 오늘날은 중산층 정도면 48시간 내에 지구를 일주할 수 있게 되었다. 1500년 까지 인류는 모두 지표면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탑을 세우고 산에 올라갈 수 있었지만 하늘은 새와 천사와 하나님의 영역으로 감히 가볼 엄두조차 내보지 못했다.

1969년 7월20일 인류는 급기야 달에 착륙했다. 이것은 역사적 위업정도가 아니라 진화적 업적이자 우주적 업적으로 평가되었다. 지난 40억년의 진화과정 동안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난 생물은 없었으며 달에 발자국을 남긴 그 어떤 동물도 없었다.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 인간은 지구상의 생명체 중 약 99%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미생물에 관해서는 더욱 그랬다. 우리 몸속에는 수십조마리의 단세포 생물이 살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최고의 친구이자 가장 치명적인 적이기도 하는 양면성을 띄고 있다. 그 중 일부는 우리 몸속에서 음식을 소화시키고, 장을 청소해주지만 다른 일부는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눈이 이들을 처음 본 것은 1674년부터이다.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만든 현미경으로 한 방울의 물속에 미세한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이로써 미생물을 의료와 산업에 이용하게 되었다. 현대는 이런 박테리아를 조작해 약품을 만들고,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며 기생충을 죽인다. 이러한 내용은 이상은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쓴 사피엔스(Sapiens)에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636쪽에 달하는 큰 책인데 지난 2015년 발행되어 불과 5개월만에 50쇄를 찍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마크 주커버그도 “수렵체집인이던 인류가 어떻게 오늘날의 사회와 경제를 이루었는지 알려주는 인류문명화에 대한 거대한 서시”라고 칭찬한 책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거시적인 문명의 이해에 대해 예의 주시하는 자만이 시대로부터 버림받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다.

 

함평신문  hpnews@hp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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