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12.31 11:31

김 철 수 박사

본지 상임편집고문•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

2019년 카렌다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달랑 한 장만을 남겨놓고 쏜살같이 달아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구세군의 자선냄비 시종식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있었다. 금년에는 이 빨간색 자선냄비가 전국 17개 시•도에 450개가 설치되어 거리에서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를 12월31일까지 울려 퍼지게 될 것이다. 빨간색 구세군의 냄비와 울려퍼지는 종소리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 아직도 메마르지 않은 따뜻한 이웃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 해주는 것 같아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다.

구세군의 자선냄비의 역사는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128년 전인 1891년 미국의 서부 항구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조난당한 선원 1,000여 명의 이재민을 돕기 위해 구세군의 조셉 맥피 정위가 급히 모금함을 찾던 중 선창가 앞 식당에서 사용하던 냄비를 급히 들고 나와 길거리에 내거는 데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에서의 자선냄비 모금활동이 시작 된지도 올해로 91년째가 된다. 구세군의 자선냄비에 들어오는 돈은 대체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푼돈이 대부분이다. 부자들은 대체적으로 이 자선냄비에 대해 관심조차 없을 수 있다.

그 이유가운데 하나는 이 빨간색 자선냄비가 걸려있는 골목길이나 번화가를 직접 걸어 다닐 기회나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대부분 가난한 서민들과 샐러리맨들이 추위에 덜며 종종걸음으로 좁은 골목길을 뛰어 다니기 때문에 주종을 이룬다. 가난하고 추위를 느껴본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추워져가는 겨울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자신들의 처지와 같거나 자기들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적은 돈이거나 쓰다 남은 동전이라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정성스럽게 주머니를 털어 자선냄비 속에 부끄러운 것을 참으면서 집어넣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웬지 마음도 몸도 홀가분해지는 느낌을 갖는다.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하루가 다르게 옷깃을 파고드는 추위가 매서워지는 도심의 거리에서 딸랑딸랑 울려 퍼지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를 듣는 순간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서로 인정의 꽃을 피우는 계기를 만들며 2019년을 보내고 새해인 2020년을 맞이하는 마음자세가 진정한 새해맞이 일 것이다. 사랑은 서로의 나눔에서 비롯된다. “이 냄비가 끓게 해 세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 냄비가 끓게 해 주세요!. 이 냄비가 끓게 되면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파선당한 난민들의 생명을 살릴 수가 있습니다. 작은 정성을 모아 천하보다 더 귀한 생명을 살려 냅시다.”

금년 겨울은 과거 어느 해 겨울보다 더 추운 계절이 될 것 같다.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상황도 보통 어렵고 나쁜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통계에 의하면 아직은 심각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고 실업율도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불황은 예사롭지가 않다.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땅이 꺼질 듯이 늘어만 가기 때문이다. 거기에 국가의 안보가 위태위태하기만 하고 특히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에 대한 싸움은 언제 끝날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국민을 걱정하는 일 보다 일반 국민들이 국가를 걱정하는 일들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요즈음이다.

128년 전 미국의 서부항구인 샌프란시스코 선창가에 울려 퍼졌던 그 애절한 목소리가 지금은 전 세계 방방곡곡에 미끄러운 골목길과 지하철 역 앞에서 구세군의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빨간색 냄비와 함께 하모니를 이루며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 때 인정이 그립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격려와 희망이 되는 연말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