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8.01.08 20:47


          
                                               김 철 수
                                     본지 편집고문 / 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

 올해는 무술년으로 개 띠 해다. 무(戊)는 하늘의 에너지로 커다란 흙산을 의미하며 색으로는 노란색, 혹은 황금색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한 술(戌)은 땅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2018년 무술년을 ‘황금 개띠 해’라고 한다. 인류역사와 함께 사람과 가까이 생활해 온 동물가운데 개만큼 가까운 동물이 없다.
 개는 밝고 명랑한 성격에 사람들과 친화력 있게 지내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산업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집집마다 애완견을 키우지 않는 가정이 없을 정도이고 개들은 주인과 함께 한 침대에서 자고 먹을 정도로 가까워져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대접 받으며 사는 처지가 되었다. ‘사람은 기르던 개에게 배신을 해도 개는 결코 자기의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까지 있다.
 타인에게 헌신적이며 신뢰를 목숨처럼 여겨 한 번 맺은 관계는 끝까지 이어나가는 개는 조석 변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교훈을 준다. 오늘날 사람들은 개보다 더 못한 행동과 처신을 밥 먹듯 하면서도 오히려 개를 폄하해 ‘개판이라느니’ ‘개 같은 짓이라느니‘ ’개만도 못한 놈이라느니‘ 하는 말을 입버릇처럼 사용한다. 개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히게 억울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아마 개들은 ’나보다도 못한 인간들‘ 이라고 비웃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개의 종류는 대강 500여 종류로 보는데 우리나라의 토종개로 대표적인 개는 전남 진도의 진돗개와 경남 경산의 삽살개, 그리고 북한의 풍산개를 말한다.. 주인에게 충직한 진돗개, 호랑이를 잡는다는 풍산개, 그리고 잡귀와 귀신을 까지 제압한다는 삽살개는 자랑스러운 세계의 명견에 속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개다..
  진돗개는 일본의 기주견(Kishu dog)을 닮았다는 이유로 일제강점기인 1938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아 왔고 최근에는 영국애견협회로부터 국제공인까지 받아 일약 한국의 명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견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북한의 풍산개는 일제 강점기인 1943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받았으나 해방이 되자 지속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관심 속에 지시를 받아 다시 보존사업이 재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삽살개는 일제 강점기 때 거의 멸종위기까지 갔으나 해방 후 경북대학교 교수들이 삽살개 보존에 노력을 기울여와 이제는 거의 원형이 재현되었고 지난 1992년 우리나라 정부에 의해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받아 세계적인 명견들과 경쟁할만한 기반구축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어린 시절 감명 깊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술 취해 잠든 주인을 구하고 대신 죽은 오수개에 대한 이야기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고려 때 최자가 쓴 보한집에 나오는 충견이야기로 지금의 전라북도 둔남면 오수리에 살던 김개인 이란 사람이 기르던 개를 데리고 외출을 했다 가 술을 잔뜩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그만 술에 취해 풀밭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그 때 마침 풀밭에 불이나 주인이 불에 타 죽게 될 위기에 처하자 개가 물웅덩이를 찾아가 자기 몸에 물을 적신다음 주인 곁으로 불길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죽 힘을 다해 물을 뿌리다가 지쳐 쓰러져 죽었다. 그 바람에 주인은 목숨을 겨우 구했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인은 자기 목숨을 구하다 대신 죽은 개를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주고 자기가 들고 다니던 지팡이를 묘지에 꽂아 주었는데 후일 이 지팡이에서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 큰 나무로 성장했다고 해서 오수라는 지명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000년이란 세월이 지난 오늘에 임실군에서는 당시의 의로운 개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오수의견문화제‘를 열고 오수개 복원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금 개띠 해를 맞아 올해만이라도 개만도 못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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