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6.13 21:38

김 철 수 박사

본지논설위원・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

 

6월은 호국보은의 달이다. 6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우다 장렬하게 산화하신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올해로 제62주년을 맞게 된 현충일 추념식이 전국에서 거행된다. 이와 함께 한국전쟁 67주년을 맞아 팔다리가 모두 잘린 미국의 참전용사로 현재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올해 90세의 읠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은 또 하나의 기념사업을 위해 노심초사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 워싱턴 D.C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 한국전 참전 용사의 전사자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한국과 미국의 동맹을 견고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추모의 벽’ 건립사업 때문이다.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은 한미동맹의 상징적인 장소로 해마다 300여만 명이 찾는 명소로 공원에는 실제 참전용사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미군과 UN군의 전사자 수와 실종자 수, 그리고 포로에 대한 숫자만 명기되어 있을 뿐 전사자와 희생자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념비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전사자와 희생자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기록할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한국전쟁 참전용사 추모벽 건립에 관한 법안」이 지난 2016년 9월 미 상원을 통과했고 하원을 거쳐 10월7일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서명으로 발효가 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미 연방정부의 예산을 ‘추모의 벽’건립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되어 있어서 민간분야에서 기금을 모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 3월4일 미국 워싱턴 D.C에 소재한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건립기금을 민주평통에서 국내외 2만여 자문위원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자발적으로 모금한 성금 20만 달러를 전달했다. ’ 추모의 벽‘은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을 둘러싸는 대형 유리벽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전사자 3만6천6백3십3명의 이름이 모두 새겨질 예정이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미군과 한국군, 카투사 장병 및 연합군 사망자 수 등 관련정보들도 함께 기록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위해 90세의 노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력투구하고 있는 읠리엄 웨버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은 누구인가? 그는 지난 1951년 1월 한국전쟁이 한창 치열할 때 미국 공수여단 소속 장교로 참전하게 되어 강원도 원주전투에서 적의 수류탄 공격에 부상을 입고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를 한꺼번에 잃었다. 그후 예비역 대령으로 예편한 후 20년이 넘게 한국전참전 기념재단 이사장을 맡아 미국 의회 및 행정부에 한국전 관련 청원에 앞장서왔고 지금도 노구를 이끌고 혼신을 다해 일하고 있는 고마운 분이다. 워싱턴 포토맥공원 링컨 기념관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 19명의 V자형 행렬모형과 벽화로 구성되어있는 한국전의 참극을 묘사한 기념비도 그가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의 성금과 한국 대기업의 협조를 얻어 전쟁이 발발한지 45년 만에 세운 한국전 참전 기념비다.

판초우의를 입은 참전군인 19명의 V자 행렬의 용사는 미국의 육해공군은 물론 백인과 흑인, 히스피니아계 등 모든 인종을 망라했는데 이 19명의 참전용사가운데 한쪽 팔이 없는 상이용사가 바로 이 비석을 세운 당사자로 지금까지 생존해있는 90세의 웨버 이사장 자신이다. 그에게는 지난 2013년 5월6일을 평생 잊지 못할 날로 기억하고 있는데 당시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한국전 당시 기념비를 찾을 때 의족과 의수를 한 불편한 몸으로 직접 안내를 했기 때문이다. 이때 박근혜대통령은 19명의 참전용사 조각 가운데 한 쪽 팔이 잘린 용사상 앞에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실제 모델인 웨버 회장의 성한 왼 손을 꼭 잡고 한참동안 아무 말도 못하다가 “대령님 같으신 분의 희생 덕택에 오늘날 한국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했고 웨버 이사장은 자신이 젊은 시절 참전했던 나라의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고맙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지난 2015년 7월25일부터 26일 오후 4시까지 무려 30시간 동안 한국전기념비 앞에서 웨버 이사장은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희생당한 미군 3만6636명의 계급과 이름을 일일이 한 사람씩 부르는 특별한 퍼포먼스를 가졌다. 6.25 한국전쟁을 잊지 말자는 간절한 바램을 그의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퍼포먼스로 대신한 것이다.

제62주년 현충일을 맞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싶은 역사적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