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4.12.23 16:45

 

이상인

 

 

수십 번의 생에서 만난 흰 나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것일까

하늘을 가득 채우더니

메마른 마음을 깊이깊이 뒤덮는다.

 

 

이런 날은

뼈마디 부서지도록 열심히 살아온

시간을 한 장 한 장 되넘겨가며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어진다.

 

 

아직 그려지지 않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여백을

아득한 그리움으로 스케치하고 싶어진다.

 

 

지금까지 따뜻한 사랑으로

나는 그대를 건너왔다.

여기서 만난 모든 인연이

흔적 없이 저편으로 건너갈 무렵

 

 

은은하게 빛나는 추억 위로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흰 나비 떼

정든 이름처럼 반짝반짝

온 세상을 가득 메운다.

 

 

 

 

 

 

 

 

- 약력

1992년《한국문학》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시집『해변주점』, 『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 한국작가회의,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해보초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