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4.11.12 10:00

13일,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에서는 201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 만학도 6명이 응시한다.

4년 전까지만 해도 무안 현경에서 농사짓던 평범한 농부 김영옥(57세, 남)씨는 수능시험을 며칠 앞두고 긴장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공부하고 있다.

“어쩜 내인생에 이런 기가 막히게 좋은 기회가 왔을까요?”

라는 김 씨의 말처럼 그때부터 새로운 만학도 인생이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현실은 그를 피해갔다.

객지를 떠돌며 공장생활을 하는 가운데도 공부에 대한 미련은 떨치지 못한 채 향토재건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이어갔다. 교복입고 학교에 가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피해 골목길로 돌아가며 학력 컴플렉스로 움추려 들기도 했다.

“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영어, 수학만 중요한 과목인 줄 알았는데 막상 공부하다보니 어느 한 과목도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사회문화나 한국사, 경제 같은 과목도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유용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김 씨의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은 아플 시간도 없이 지나갔다. 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밤 늦게까지 술자리를 즐기며 지냈는데 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시간이 아까워졌다.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았다. 앞으로 80세까지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하나라도 더 배워 활용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이다. 예전에 술자리나 찾아다니던 생활에서 벗어나 책과 친해지니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아내였다. 2년을 지켜보던 아내는 김 씨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해에는 목포제일정보중학교에 입학하여(중3 이경순) 부부학생이 되었다.

“집사람과 같이 학교에 다니다보니 한 달에 40여 만원 들던 기름값도 아깝지가 않고 이야기꺼리도 많아져서 부부사이도 더 좋아졌습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그는 한자급수 3급, 컴퓨터 활용능력시험인 ITQ, 한국사 5급 자격증에 도전하여 취득했고 ‘청람회’라는 사군자 동아리에 가입해 틈나는 대로 난을 치기도 했다. 평생 배우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생각하다가 공부에 늦바람이 든 그는 정신없이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을 보내고 수능 앞에 섰다.

그러나 목포대학교 지적학과 입학을 꿈꾸며(수시예비순위 3위) 수능시험을 준비하던 지난 10월 11일 저녁, 자전거를 타고 운동가다가 수로 옹벽에 빠져 머리를 다치는 뇌출혈사고를 당했다. 생사가 오가는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수능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정신이 혼미하고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가족들은 못 일어날까 염려했는데, 간절한 바람은 그를 다시 소생시켰고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사고후유증으로 외우는 것이 더디고 쉬 잊어버리는 것 같아 힘들지만 그렇다고 대학진학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초등학교 학력으로 끝날 줄 알았던 그의 인생이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를 만나 새출발을 시작했다. 김 씨는 이 작은 행복, 이 작은 변화를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서 학교에 다니기를 권하면, ‘당신이나 많이 하소.’라는 대답을 듣는데 시대변화를 모르고 아집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고 한다.

 

 

 

이번 응시생 가운데 김장식 씨(49세, 3학년 3반 실장, 국제장례식장 대표)는 어린 시절 3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나 공부하고 싶은 소망을 한 번도 놓지 않고 살아왔다. 로타리 클럽활동이나 섹소폰 연주 봉사활동 등으로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늘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은 배움이었다.

김 씨는 늦깎이 학생으로 공부하는 가운데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한 자 한 자 글자를 익히고 공부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제 목포대학교 무역학과에 진학을 희망하며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무역학과에 진학하여 젊은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공부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김정애(61세, 여)씨는 미혼으로 평생 봉사자의 길을 걸어왔는데, 현재 교회 그룹 홈에서 결손가정아이들 8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번 수능을 준비하다보니,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이 왜 짜증을 내고 포기하는지 그들의 어렵고 힘든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며 힘든 수능준비과정을 표현했다.

 

 

 

김수연(50세, 여)씨는 2015학년도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수시 합격한 상태에서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해서 시낭송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는데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공부를 하고 체계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선우 (21세, 남)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다가 20세에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했다. 처음에는 친구들보다 많이 늦은 것 같아 실망되고 부러웠는데 어느새 졸업반이 되었다. 장 씨는 어른들 틈에서 공부하면서 사람관계가 더 좋아졌고 어른들과 관계 맺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수능시험을 앞두고 있는 그는 “긴 인생에서 몇 년 늦은 것은 아무 것도 아니고 현재가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