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0.04.26 09:43

조병석 천주평화연합(UPF) 함평군지부장

선거철이다. 후보자든 유권자든 각 소속정당이든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때다. 그러나 너무 획일적으로 민주당의 공천만을 받겠다고 줄서는 모습이 왠지 씁쓸하다. 왜일까?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하자 라는 주장이 이 시대에 안 맞는 걸까? 전 국민의 70% 이상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누구 후보자 하나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지 못하는가?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은 현 중앙 정치권에 있어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다. 자파의원의 확보는 강고한 당 조직의 첨병이 되며, 이를 통해 차기 재선의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기성 정당에 있어 자파 내 후보 발탁을 위한 사전 검증의 긍정적 역할을 한다. 실제로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는 격언처럼 선거 때마다 난립하는 후보들을 유권자들이 사실상 일일이 검증할 여력이나 방법도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색깔이 다른 정파가 양립했을 때는 오랜 기간 함께 동거동락했던 지역의 공동체가 파괴되는 부작용을 연출한다. 또한 특정 색깔이 독주하는 지역의 경우 ‘공천’을 중심한 왜곡된 권력 카르텔이 형성되기도 한다. 공천헌금과 공천비리가 끊이지 않는 현실은 물론이고 말이다.

실례로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230명의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서 34명이 뇌물수수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사퇴했으며, 재보궐 선거로 들어가는 비용이 무려 484억원에 달해 문제의 심각성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때문에 기초 지방선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어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지역 현안에는 여야가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어 지역발전을 위한 저출산,고령화, 소득증대, 농촌인구감소, 육아, 독거노인 소년소녀 등 지역현안을 보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책에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당적을 보유한 지방의원으로 인해 정치적 파벌이 만들어지는 멍든 지역정서를 너무도 쉽게 보게 된다. 이 때문에 무당적을 호소하는 지방의원이나 유권자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된다.

둘째, 진정한 주민자치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정당공천은 원천적으로 중앙당에 예속된 지역정치를 만든다. 이는 특정지역에 특정정당이 오랫동안 할거하면서 권력의 카르텔과 부정부패의 사슬을 구축한다. 이젠 예속된 지방자치가 아닌 주민에 의한 풀뿌리 지역자치를 보장케해야 한다.

셋째, 숨겨진 지역인재를 찾기 위한 유권자들의 폭을 넓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의 경우 유권자들은 실제로 수많은 후보 중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당만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 유권자들도 정당이 아닌 진정한 봉사일꾼이 누구인지 관심을 갖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당공천은 폐지되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70% 이상이 기초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국회 지방자치발전연구회의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및 의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 정당공천 폐지 의견이 73.9%로 나타난 것을 보면 지금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지방선거가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불행히도 많은 지역 인재들은 ‘정당공천=당선유력’이라는 공식(?)에 매달린 채, ‘민심’이라는 아래보다는 당심(黨心)이라는 ‘윗선’만을 바라보는 현실이 계속 되고 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이 남아 있는 한 말이다.
이미 미국은 기초단체장의 약 80%, 일본은 90% 이상이 무당파다. 정당정치의 역사가 깊은 유럽도 무소속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현 정치권은 자신들의 기득권인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여 이젠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에게 돌려주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보장케 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들도 좀 더 지역에 관심을 갖고 정당공천만이 아닌 지역 내 숨은 인재를 살피어 보는 혜안을 지녀야 할 것 같다.

아직도 대한민국 미완의 ‘풀뿌리 선거혁명’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