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0.01.25 10:34
빛그린 국가산단 주민간담회가 열린 것. 미리 배포된 자료를 훌터보며 넘어가는 종이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군 직원의 사회로 회의는 시작됐다. 이건택 월야면장에 이어 최인규 창조디자인과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특별히 할 말이 없었을까? 배포된 자료를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어 정진숙 백야마을보존위원회위원장의 말이 이어졌다. 굳은 표정에 정 위원장은 70세가 넘은 고령자였다. 정 위원장의 첫 마디. “우리가 뭘 요구하겠는가. 우리는 요구할 입지도 없고 힘도 없다. 힘 있는 자는 토공(한국토지주택공사)만이 힘이 있다.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며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했다.
그러면서 “이미 고인이 되신 분에게 안내장이 오고 있다. 그리고 수 십년 전 전․답의 실제 소유자가 바뀌었지만 등기상 소유자 변경을 하지 않아(주민들간)문제가 발생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회의를 마치고 정 위원장과 인터뷰를 했다. “보상금을 받아도 1억원도 안되는 주민이 80% 이상이다. 이 금액으로 어디에서 땅을 사고 집을 지을 수 있겠냐.”며 “조상대대로 갈고 닦은 500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에서 쫓겨나게 됐다. 자식을 키우며 평생을 살아온 이곳에서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보상금에 만족하는 주민은 별 어려움이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면서 집 칸 하나만 달랑 소유하고 있는 주민이 80%다. 감정가로 보상하는 보상금이라 해봤자 뻔한 금액.
고령인 이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얼마되지 않은 금액으로 어디에서 부지를 마련해 집을 짓고 살 수 있겠는가? 법 앞에서 진퇴양난에 놓인 그들에게 진정 해결책은 없는가?
박윤식 군수권한대행은 “이분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를 다각적으로 연구․검토하고 있다. 이분들이 새로운 곳에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마련해 드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1월 20일. 지금부터 꼭 1년 전이다. 우리는 용산대참사를 똑똑히 기억한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길거리에 내더진 철거민들의 울부짖음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 법 앞에서 그들의 목숨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이 세상 그 무엇도 없는데 말이다.
법과 개발을 앞세워 한 사람이라도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개발과 복지는 시소게임놀이가 아니다. 함께 공존해야 한다. 이번 빛그린 산단의 조성을 위해 주민들의 삶을 소홀히 하지는 않했는지 다시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할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