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9.11.16 12:35

오랜 기간 수험생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제 끝났다. 인생의 전환점이라 할 만큼 중요한 수능을 위해 온갖 역경을 헤쳐 온 수험생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수험생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한 학부모들과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 교사들에게도 수험생들을 대신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전남 1만9344명, 함평 397명 을 포함해 전국에서 67만여명이 응시한 이번 수능은 여느해 보다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었다. 특히 신종플루가 전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감염 공포에 시달려야 했고 일부 학생들은 확진판정을 받아 학습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이런 난관을 모두 극복해 냈으며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이제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면서 원하는 대학 및 학과를 찾아 진학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시험이란 게 사람의 뜻대로만 되는 일은 아니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했어도 시험 당일의 컨디션과 작은 실수 하나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평소의 실력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가 하면, 되레 낮은 점수를 받아들 수도 있다.

설혹 시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자학이나 극단적인 생각은 더더욱 안된다. 어차피 시험은 인생을 살아가며 거쳐야 할 수많은 검증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단 한차례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인생을 실패한 양 낙담해서는 안된다. 앞으로도 수많은 관문들을 통과해야 할텐데 자신을 추스리며 그때를 준비하는 것이 옳은 자세다.

수능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수능 못지않은 대입시가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어서다. 지금부터 수험생들은 지원희망 대학과 군별 전형방법을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시 및 수시 중 어느 것이 유리한지를 다각도로 검토, 자신에 맞는 최적의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적에 따른 ‘지원 전략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도 괜찮다. 이를 토대로 수능 점수가 잘 나온 학생은 학생대로, 그렇지 못한 학생은 학생대로 신중한 판단을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낮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시기가 심리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만큼 평소에 비해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난 후 허탈감과 공허함에 시달리며 인생 자체에 대해 회의감에 빠질 수 있다.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학생이라면 이 같은 위험성은 더 크다. 일탈행위는 차치하고서라도 자칫 자살 등의 극단적인 선택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그래서다. 학생들의 행동변화를 유심히 살펴야할 이유다. 학생들은‘수능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아니란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수능 실패는 인생 전체를 실패한 게 아니고, 인생에 있어 단지 일회성 행사일 뿐이다.

수능을 마친 학생보호에 가장 신경을 써야할 집단은 누가 뭐래도 학부모와 교육 당국이다. 수능 성적을 잘 받지 못한 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속상함은 이해가 되나 그렇다고 이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이런 부모들은 학생들에게 향후 계획을 짜서 강요하는 경향이 많다. 그것은 금물이다. 학생들의 중압감 및 우울증을 가중시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속마음을 충분히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교육당국은 상담·생활지도를 강화, 일탈 학생이 한명이라도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인성교육 등을 통해 학생들이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사회 분위기 조성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흔히들‘시험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한다. 그렇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시험결과에 낙담하지 말기 바란다. 그 실패가 오히려 인생의 중요한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고 긍정적 사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