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8.06.09 11:00

엑스포공원에 갇힌 함평여중·고



세계 최초의 친환경 축제로 열린 2008함평나비·곤충엑스포는 지난 4월 18일부터 45일간의 대장정을 통해 국내외 관광객 130만 명을 돌파, 입장료 수입만 100억 원을 올릴 만큼 성공적인 축제로 지난 6월 1일 마쳤다.
인구 4만 명도 채 되지 않은 우리나라 서남단의 전형적인 농촌인 함평(咸平)은 세계 속의 고을로 널리 알려졌고 이곳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현실은 군민 전체 인구의 34배에 해당하는 인파가 다녀가면서 생태문화 축제의 모델로 우뚝 섰고 지구촌의 축제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물론 축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군 직영체제로 운영하면서 1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열정과 긍지를 갖고 함께 했으며 함평출신 출향인사들의 물심양면의 협조와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그동안 땀 흘려 애쓴 이석형 함평군수를 비롯하여 공무원, 그리고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난 시점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엑스포공원 안에 갇혀있는 함평여중·고생들의 심각한 학습권 침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다.
엑스포행사장의 북문 매표소와 갤러리 행사장으로 사용했던 강당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과는 지척의 거리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창문을 굳게 닫아도 수많은 관광객들의 웅성거림과 눈앞에 어른거리는 환경에서는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뿐만 아니다. 45일 동안의 축제기간은 물론 그 동안 엑스포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 동안 공사로 인한 소음과 불편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는지 모른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우려를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견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들의 하소연을 듣고도 조금만 참으라고 달래야했던 학부모들의 심정 또한 힘들고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나 보완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고 축제행사에만 전력투구하다 보니 고래사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되고 만 것이며 특히 대학입시를 앞 둔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온갖 소음으로 인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음은 물론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수 없이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군민들은 검게 탄 공무원들의 구릿빛 얼굴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과 어떻게 해서든지 나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모든 불만을 가슴속에 묻어둘 뿐 나타내지 않았던 것이다.
행정관청의 책임자들은 이러한 군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진정으로 감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축제준비로 소홀히 했거나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민원들을 이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 가운데 최우선적으로 시급한 것이 엑스포공원 안에 갇혀있는 함평여자중·고등학교의 이전이다. 물론 언제 어디로 이전 할 것인가 등 이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학생 수가 급속히 감소한 기산초등학교는 현재 교직원 9명과 행정직 6명 계 15명이 전교생 66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반해 함평초등학교의 경우 교직원 31명과 행정직 22명이 학생 594명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기산초등학교를 함평초등학교로 통합하고 기산초등학교 자리에 함평여중·고를 이전시켰으면 하는 생각이다.
또한 군민들의 의견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함평군립미술관을 함평여중·고 자리에 건립함으로 엑스포공원 안에 있는 시설과도 연계하고 군민들의 접근성과 이용도를 높여 시너지 효과를 냈으면 한다.
그동안 엑스포 축제의 성공을 위해 꾹꾹 누르고 참아왔던 군민들의 욕구나 바라는 것들이 건전한 방향으로 표출되고 행정당국의 책임자들은 군민과의 소통을 원활이 함으로 화합과 협력의 동반자로서 살기 좋은 함평을 가꾸어야 할 것이다.
2008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가 대성공이라고 들떠서 자만하거나 오만하다간 이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어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