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8.05.19 19:02

내 마음에 작은 행복

화창한 봄 날, 자동차를 운전하여 여러 어르신 댁을 다니다 보면 내 마음은 행복함으로 가득 찬다. 오늘은 어떤 재미난 말씀을 하실까? 그러면 난 어떤 대답을 해드릴까?
희망이 부풀어 어르신 댁에 도착 하면 “어머님 안녕 하세요. 저 왔어요! 보훈 도우미”란 나의 첫 마디와 “오~ 자넨가” 하면서 시작하는 어르신들과의 만남.
건강 체크를 하면서 혈압, 혈당이 올라 있는 날에는 어르신들의 얼굴 표정을 살피며 “무슨 걱정거리를 만드셔서 이렇게 혈압이 올랐을까?”하고 말문을 던지면 어르신들은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신다.
이럴 때 나는 무조건 어르신들의 편이 되어 대답해 드리면 “이제 좀 살 것 같네. 머리도 지근지근 아프더니 괜찮은 것 같은데…”라며 조금은 안도의 숨을 내쉬신다.
특히 법성에 살고 계신 어르신의 경우 나의 마음을 아려오게 한다. 처음 만나 뵈었을 때에는 걷지도 못하시고 겨우 앉아서 움직일 정도의 몸이라 내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셔서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방문 할 때마다 병원으로 모시고 나와 휠체어를 태우고 내과 검진부터 시작해서 물리치료를 받고 나면 오전 4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그런 시간이 계속될수록 어머님은 한 걸음씩 걷기 시작해서 지팡이를 의지해 걸을 수 있을 무렵 ‘서울에 사는 아들이 퇴근길에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라는 소식을 듣고 어머님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아픔을 나에게 말씀하셨다.
어머님께서는 지난 설을 맞이하여 서울에 살고 있는 막내아들 댁에 가셔서 계시다 좀 따듯해져서야 시골로 내려 오셨다.
그래서 쓰러진 아들의 안부를 물었더니 “이제는 사람을 알아 볼 수 있고 자활치료를 받고 있다”며 “나도 이제 열심히 운동하고 치료를 받아서 자식들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시며 나와 함께 동행하여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계신다.
케어 날짜에 서울에 있는 따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님은 시골에 혼자 계셔서 걱정스러워 전화를 한 딸에게 “도우미 선생님이 알뜰살뜰 딸처럼 시장도 봐다 주시고 병원도 데리고 다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라”고 대답했다.
또 따님이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전달했다. 
전화를 받은 후 난 나의 뒷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과연 이런 감사의 인사를 받을만하게 보살펴 드렸는가? 이다음에 또 다른 분이 말씀 하실 때 부끄럽지 않게 도와 드리고 있을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아 보게 되었다.
나를 필요로 하시는 어르신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항상 관심과 사랑으로 보살펴 드리고 나를 생각하면 마음속 깊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사랑과 행복을 전달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어르신들, 언제나 화창한 봄날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 있어 주세요. 보훈가족 어르신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