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8.04.21 16:02

‘금배지’에 눈먼 ‘폴리페서’



‘정치계절’만 되면 어디선가 날아왔다가 낙선하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는 또 하나의 철새인 ‘폴리페서’ 일명 정치참여 교수들의 파렴치한 행태가 요즈음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번 제18대 총선에서 학교에 적을 둔 상태에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교수는 총 25명으로 이 가운데 9명은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을 했고 나머지 16명은 떨어져 학교로 되돌아갔다.
현행법상 공직선거에 나서는 대학교수의 경우 당선이 확정되기 까지는 겸직 금지 등 어떤 제한도 받지 않는다.
이러한 법을 악용하여 공천이 확정된 뒤에야 휴직 계를 내는가 하면 선거일정에 맞춰 강의시간을 멋대로 바꾸거나 외부 강사로 대체하는 등 부실 수업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로 인해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왜냐면 그동안 이러한 일들이 선거 때만 되면 반복 되어져왔고 그러려니 하고 묵인해왔기 때문이다.
‘3T교수’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아침에 출근해 차(Tea) 한잔 마시고 오후엔 테니스(Tennis) 치고, 저녁엔 텔레비전(Tv) 보는 교수라는 뜻이다.
요즘엔 아예 ‘PEG교수’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P는 정치참여교수(polifessor), E는 오락교수(entertainmentfessor), G는 골프광 교수(golffessor)를 일컫는 말이다.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분을 망각한 채 엉뚱한 곳에 정신을 팔고 있는 가짜교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연구와 강의에 전념하는 대다수의 ‘진짜교수’들과는 무관한 유행어지만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입장이고 보면 억울할 일이다.
그렇지만 가짜교수들의 행태를 수수방관한 것을 나무라지 못한 잘못의 대가라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의 최고의 지성인 대학교수들이 자기 본분을 망각하고 인기와 돈과 권력의 주변을 기웃거리거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를 보면 너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자의 논문을 베끼고, 연구비를 유용하고, 입시비리에 개입해서 돈을 챙기는 교수들은 파렴치한 범죄자들 보다 더 못하다.
십 수 년 동안 똑 같은 강의노트를 들고 다니며 녹음테이프 틀 듯 강의하는 교수나 학위를 미끼로 여자 제자를 성폭행하는 교수들까지 있지만 이들이 신성한 대학교 안에서 깨끗하게 청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비틀린 사회문화의 현상 때문이다.
교수사회는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다른 사회보다 훨씬 안정된 직장으로 정교수가 되면 65세까지 정년을 보장 받게 된다.
학계가 인정하는 논문 한 편 쓰지 않고도 탈이 없고 수십 년 된 강의노트 하나 들고 다니며 엉터리 강의를 해도 커다란 사고만 없으면 자연히 승진도 하고 사회적으로도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풍토 때문에 학자적 양심을 지키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데 노력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관심을 빼앗긴 채 기웃거리는 것은 학생에 대한 배신행위요, 국민에 대한 배은망덕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의 조사에 의하면 학생들의 강의평가 1위는 시간강사들이었고 꼴찌는 정년이 보장된 전인교수였다고 한다.
그런데 전임교수가 실력 있는 강사의 교수임용 심사 때 고의적으로 퇴짜를 놔 결국 대학 강단이 아닌 일반회사로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학문적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자기 발전을 멈춘 채 실력 있는 교수들의 대학진입에도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는 일부 교수들이 선거 때만 되면 권력의 주변을 맴돌고, 그것을 방관하는 제도와 법을 생각하면 국민들과 학생들은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선거에 출마한 교수들에게도 선거일 60~12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하는 일반 공직자들과 마찬가지로 법을 적용하여 당선되면 좋고 안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오면 된다는 식의 구태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