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8.02.24 22:00

폐백 명인(幣帛 名人)



혼인식을 하면 옛적이나 지금이나 폐백이란 의식절차가 있기 마련이다. 폐백이란 비단이란 뜻이다. 비단 폐(幣)자 비단, 백(帛)자가 합하여 폐백이다.
요즈음 혼인할 때 신부가 시부모나 시댁 식구에게 선물하는 혼수품일 것이다. 혼수품을 얼마나 값진 것들을 준비 했는지 얼마만큼 많이 해왔는지를 따져 물의를 일으키는 혼인도 많고 파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원래 전통적인 폐백은 그러한 뜻이 아니다. 폐백은 현구고례(見舅姑禮 )에서 그 유래가 이어지는데 ‘見’자는 나타날 현자 또는 볼견 자며 ‘舅’자는 시아버지 구자, ‘姑’자는 시어머니 고자 ‘禮’자는 예의 예자다.
시집가는 신부가 시부모 어르신을 생전 처음 대면하는 예의라는 깊은 뜻이 있다.
옛날에는 혼인할 때 먼저 선을 보는 때도 아니고 중매쟁이에 의하여 사돈 간에 약속이 이루어져 신부 집으로 신랑이 가서 혼인식을 마치고서야 서로 얼굴을 보게 되고, 남의 부인이 된 신부가 그 다음날 시댁에 들어가 시부모와 시댁 식구 그리고 조상님께 새 식구가 되었음을 알리는 예의 행사가 폐백이다.
이처럼 시댁 어르신을 존경하고 시댁 식구들과 화목하게 살아갈 것을 맹세하는 자리이니 얼마나 음식이 값지고 정성이 깃들었겠는가?
신부 집에서 정성껏 장만해 온 음식을 차려놓고 시부모부터 어른들에게 차례로 큰절을 하고 술을 올리는데 이때 시부모는 새 며느리 치마폭에 대추를 던지며 “부귀다남(富貴多男) 하라”고 덕담도 건네며 준비한 선물을 주기도 하며 며느리 또한 시부모나 가족에게 선물을 드리기도 하는 예절 행사다.
이때 주 음식은 대추, 밤, 닭, 술, 고기, 엿 등 이지만 지방에 따라 다소 다르다.
허나 신부가 일생 한 번 있는 혼인식을 마치고 생전부지 시부모와 가족들에게 올리는 음식이니 맛과 모양은 물론 당시 음식문화의 예술성까지 첨가해 갖은 정성을 기울여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10월 5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사단법인 대한명인 문화예술 교류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음식명인 선정에서 전남 함평에서 출전한 임화자(여56세) 씨가 대한민국 최초로 폐백 부문 명인 인증서를 받았다고 한다.
각 부문의 명인은 많지만 폐백 요리 부문에서는 최초라고 한다. 수년간 연구개발과 도전으로 명예를 득함에 경의를 표하며 역시 음식하면 호남지방이요, 호남에서도 호남가 1번지인 나비의 고장 함평군이 음식문화의 계승과 음식솜씨의 진면모를 만천하에 보여준 것이라고 할 것이다.
임화자 폐백 명인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사람은 성인이 되면 혼인을 해야 한다. 설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면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장 혼인이 많이 이루어지는 성수기이다. 또한 폐백 예절문화는 혼인식에서 뺄 수 없는 중요 행사다.
친환경 농산물로 만들어 낸 한국 최초 명인 폐백요리가 정초부터 전국으로 퍼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