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8.02.18 13:01

우리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흑장미보다는
산기슭에서 수줍은 듯이
엷은 미소를 머금은
들국화를 찾아다니는 머스마들을 친구하였으면 하오


현란한 꼬리로
교태를 부리는 공작새보다는
앞마당에서
다정스럽게 구애하는
비둘기를 사랑하는 촌부를 가깝게 하였으면 하오


아침이슬에
힘을 얻어
독을 뿜어대는 독사보다는
향기를 더하는
백합을 좋아하는 가시네들을 사랑하였으면 하오


쌀밥을 먹고도
투정부리는 졸부보다는
동치미 보리밥으로도
감사할 줄 아는
옆집 아저씨를 존경하였으면 하오


쫑알거리는
개울보다는
세상의 시련을 들어주면서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에
목욕을 즐기는
아비를 닮아가는 아들이었으면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