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7.07.21 12:02
보이지 않는 소중함
우리 함평에서 가까운 나주시 문평면 오룡리에 가면 나대용 장군 생가와 묘소가 있다. 모두 알다시피 나대용 장군은 거북선을 만든 분이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왜(倭)에 비해 열악한 조선 수군의 전력을 높여준 거북선을 모르는 사람도, 그리고 우리 역사상 가장 충신이자 덕장인 이순신 장군을 모르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뜻에 따라 주도적으로 거북선을 제작한 분이 나대용 장군이라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려졌다.
물론 거북선을 누가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기 보다 거북선을 통해 조선의 힘이 하나로 결집되어 어려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냈다는 사실이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필자는 나대용이라는 인물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몫을 묵묵히 해내는 아름다운 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분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풍요롭고 원활하게 움직이고 있구나.”
이처럼 소리 없이 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분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고마움을 생각하다보니 문뜩 이름 없이 죽어간 거북선의 ‘연해민’이 떠올랐다.
‘연해민’은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에서 열심히 노를 젓고 또 젓다 결국 이름 없는 주검이 되어 바닷물에 떠밀려온 분들을 일컫는다.
모든 면에서 열세였던 임진왜란을 치열한 전투를 통해 승리로 이끈 것은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지도력과 조선 병사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애국ㆍ희생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순신 장군과 조선 병사를 지원해 준 ‘연해민’이라는 버팀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연해민’이란 존재 때문에 임진왜란 승리, 세계 4대 해전이라 불리는 한산도대첩의 영광도 있지 않았을까…
필자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얼마 전 진도군에 지인을 만나러 갔다가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반겨주는 벽파의 충무공 이순신 전첩비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높은 기상과 고귀한 정기가 서려있는 이순신 장군의 전첩비를 보고 있노라니, 새삼 이순신 장군이 자랑스러웠고 이순신 장군을 도와 밤낮으로 거북선을 제작한 나대용 수사와 그 동료들이 대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 후손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한 이름 없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에게 가슴속 깊은 곳에서 경외심이 우러나왔다.
우리가 늘 잊고 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몫을 다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른 아침 우리의 눈과 머리를 깨워주는 신문 배달부의 오토바이 소리,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라고 동 트기 전 새벽거리를 치워주시는 청소부의 빗자루 소리, 졸린 눈을 비비며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주부의 뒷모습, 우리의 건강한 밥상을 위해 서둘러 논밭을 건사하시는 이웃집 농부의 발자국 소리!
쉽게 잊고 살지만 이 모든 게 무엇보다 소중하고 감사한 우리 이웃들의 진실한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이웃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우리 모두에게 이웃의 빛나는 가치와 존재를 인정해 줄 수 있는 마음이 먼저 자라나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