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7.06.08 10:01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함평군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거나 행사 초대장을 받아 보면 단체장 정치인 등 지역 내 유력 인사의 축사, 기념사가 꼭 3~4개 씩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축사나 기념사 내용을 살펴보면 행사와는 전혀 무관한 군정 홍보나 개인의 자랑을 장시간 지루하게 나열하기 일쑤다.
 특히 무덥거나 추운 날씨의 실외 행사의 경우 참석자들 대부분은 짜증을 느끼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관행의 책임은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유력 인사들이 져야 하는지? 아니면 유력 인사에게 참석과 축사를 요청한 행사 주최 측이 져야 하는지? 참으로 애매모호한 형편이다.
 하지만 지루한 축사로 인해 다양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축사를 하는 유력 인사들은 자신이 속한 기관단체나 개인의 치적을 알릴 기회를 가지게 되고 행사 주최 측은 유력 인사와 친밀한 유대관계를 유지,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인 셈이다.
 반면에 참석한 주민들은 때로는 뜨거운 햇볕 아래, 때로는 차가운 바람 앞에 장시간 앉아 있어 불편한 점이 이루 말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타 지방자치단체가 행사 개최 시 유력 인사의 축사나 기념사를 없애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시 남구청은 지난달 17일 개최된 제 13회 고래축제 개막식 행사 진행 순서에서 축사 기념사 등을 배제했다고 한다.
 이는 축제에 참석한 관광객들이 장시간 진행되는 축사나 기념사로 인해 축제를 외면할 수도 있다는 울산시 남구청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경남 하동군에서 열린 하동야생차 문화축제 개막식 때도 축사를 아예 뺐다고 한다.
 그리고 4월 15일 해남군에서 치러진 땅끝마라톤대회 기념식 행사에서는 해남군수만 기념사를 낭독했다고 한다.
 참으로 현명한 판단과 옳은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울산시 남구청, 경남 하동군, 해남군은 군정 홍보나 개인 치적 자랑 등 집단ㆍ개인 이기주의를 넘어서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살신성인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본다.
 3개 시ㆍ군처럼 주민을 위한 행정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선행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 행사 주최 측이 “지역 내 단체장 정치인 등 유력 인사를 행사에 초청해야 한다.”는 낚은 관행을 버려야 하고 유력 인사들도 선거를 의식해 “행사는 꼭 참석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행사 주최 측은 “유력 인사들을 행사에 초청하지 않으면 섭섭해 한다.”는 초청 이유와 유력 인사들은 “행사 주최 측이 행사 참석과 축사, 기념사 등을 요구하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지기 이전에 진정으로 행사에 참석한 주민을 위한 현명한 판단과 옳은 결정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