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7.05.25 10:03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사망한(?) 돼지



 아주 오래 전 추운 겨울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한 여관에 투숙하여 잠자던 50대 남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비교적 건강하게 보였던 남자가 여관방에서 잠을 자다 사망을 하였기 때문에 변사로 분류되어 시체의 부검이 춘천경찰서 공의(公醫)에 의해 실시되었다. 
 부검을 마치고 난 의사는 직접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만한 외상이나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다만 죽은 후에 시체에 나타난 반점들과 심장 혈액의 색깔이 선홍색(鮮紅色)인 점 등으로 보아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한 사망의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제출하였다.
 경찰서 수사과장은 여관방에서 연탄가스가 새어나올 수 있는가를 조사하게 하는 한편 죽은 사람의 혈액을 채취하여 서울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연탄가스(일산화탄소)함유 여부를 감정의뢰 하도록 조치하였다.
 여관방에 대한 조사결과 변사자가 죽은 그 방은 바닥이 갈라져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연탄가스가 새어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되었으나 아무래도 결정적인 증거는 사망자의 혈액에서 일산화탄소가 검출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시 수사과 형편상 인원 부족으로 인해 그 혈액을 서울까지 가지고 갈 형사가 마땅치 않은지라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고 있던 중 그 여관 주인이 불쑥 나타나 자기가 다른 일로 서울에 갈 일이 있고 또 자기 업소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미안한 생각도 있어 자기에게 임무를 주면 그 혈액을 서울 국과수까지 무사히 운반하겠다고 간청하였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수사과에 새로 전입해 온 신임 순경 한 명과 함께 그들을 서울로 보내게 되었다.
 사망자의 혈액 내에서 일산화탄소 농도를 검사하기 위해 혈액을 분석기에 집어넣고 검사를 시도하던 국과수 독물분석 담당관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분석기가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않고 계속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몇 번을 반복하여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되므로 그는 이 혈액을 가지고 법의학과 혈청실에 가서 이것이 과연 사람의 혈액이 맞는지를 검증해달라고 하였던바, 놀랍게도 이 혈액은 사람의 피가 아닌 돼지의 피인 것이 밝혀졌다.
 이 사실을 즉시 춘천경찰서에 통보하여 수사를 하게 하였던바 다음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신임 순경과 함께 서울로 올라오던 여관 주인은 자기 여관에서 죽은 사람이 만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판명되면 업무상과실치사 죄로 자기가 유치장에 갈 수도 있다는 그 신임 순경의 말을 듣고 갑자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이에 버스가 서울 마장동 종점에 도착하였고, 마침 신임 순경이 자기의 경찰학교 동기생이 근처 동부경찰서에 근무하고 있으니 만나보고 올 동안 한 시간만 다방에 앉아 기다리라 하고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그 사이에 여관 주인은 재빨리 병에 들어 있는 죽은 사람의 혈액을 다방 뒷골목 하수구에 버리고 버스 터미널 뒤에 있는 마장동 시장에 가서 돼지피를 얻어다가 그 병에 대신 넣음으로써 국과수에는 돼지피를 가져다준 결과가 되었다.